매화-1
2019년의 봄이 오는 모습입니다.
겨울의 끝자락이면 언제나 나는
매화꽃 작은 봉우리를 달고 있는
매실나무에게 달려가곤 했습니다.
매일 조금씩 살이 올라
하얀 첫 꽃을 터뜨려
이 겨울을 날려 보내 줄 그 순간을
맨 먼저 만나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봉오리를 만났습니다.
2월 이때쯤
우리 동네에서 만난 매화가
스위치를 켜고
봄의 붉을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찬 바람에 손이 시리지만
겨울을 이겨낸 매화꽃 봉오리는
주변에 환한 봄 빛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한 겨울 추위와 강풍을
맨 몸으로 이겨낸 작은 꽃 봉오리가
고생의 흔적 하나도 없이
어찌도 저리 고울 수 있는지요?
그 속에 숨겨진
자연의 경이로움에
내 몸과 마음을 온전히 맡기고 싶어 집니다.
매화 앞에서/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
희디흰 봄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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