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2

참나리

by 박용기
진도-2, 참나리


숙소 앞 소규모 신비의 바닷길 해변으로 내려가는 비탈에서
바다를 향해 피어난 참나리꽃을 만났습니다.


아침 해무로 세수를 하고

아직 물기를 닦지 않은 청초한 얼굴로

나를 맞아준 참나리꽃을

정성스레 사진에 담아왔습니다.


바다 바람에 조금은 지치고 그을은 얼굴이지만

유난히 긴 장마를 잘 견디고 있는 모습이

애잔합니다.


꽃이 그리 많지 않은 계절에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준 이 아이가

참 고마웠습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와

아직도 그치지 않은 장맛비 소리를 들으며

이 아이를 생각합니다.




그리움 여름 비에 젖다 /고은영


빗물 머금은 여름

싱싱한 초록의 길섶에 서다

고향 어귀

새파란 청춘을 연주하던 소년이

빗줄기를 타고 와 낮고 맑은 음률로

여름을 연주하고 있다

허공엔 무력한 시간을 지나온

내 발자국이 무수한데 돌아온 이는 아무도 없다

기다림은 욕망을 키우지 않았어도

늘 기대를 저버린 빈손이 멍하고

순장된 사랑의 조각들이 그립기만 하다

여전히 더운 열기를 식히는 비가 내린다

빛바랜 풍경으로 나는 그저 비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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