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4

저녁녘 산책

by 박용기



117_6067_76-st-s-Jindo Island-4.jpg 진도-4, 저녁녘 산책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언덕 위 산책길


나무를 향해 걸어가던

아내와 외손녀는 멈추지 않고,

나는 뒤에 멈춰 서서 사진을 찍습니다.


해 질 녘 하늘에 모습을 드러낸 상현달과

그 아래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다시는 볼 수 없는

순간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와

나를 그 자리에 붙들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는 일은 이렇게

내 가슴속에

시리도록 아름다운 모습의

문신을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가족과의 거리를 멀어지게도 하기도 합니다


여름날 해 질 녘 산책길에서

나를 멈춰 서게 한 달과 나무와 저녁 하늘 때문에,

그리고 저만치 가고 있는 가족과의 거리 때문에

내 가슴속에는 파도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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