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소중한 순간-3

by 박용기
가을날의 소중한 순간들-3/산부추꽃과 작은멋쟁이나비


흰 부추꽃이 순백의 정갈함으로 핀다면
산부추꽃은 자줏빛 수줍음으로 핍니다.

9월이 끝나갈 즈음
수목원의 한편에서
연자주빛 산부추 꽃밭을 만났습니다.

때마침 날아든 작은멋쟁이나비는
작은 꽃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나누느라
꽃송이를 떠날 줄 모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떠나야 할 시간은 있는 법.

어쩌면 10월은
우리 모두에게 떠남을 준비하기 위해 있는
계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0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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