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의 스케치북-2

배초향과 박각시나방

by 박용기
초가을의 스케치북-2, 배초향과 박각시나방


동네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는 외손녀를 지켜보다
수영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사이 20여분


저는 수영장 뒤

배초향이 피어있는 동네 숲가에 자리를 잡고

분주히 꽃에서 꽃으로 날아다니며

꿀을 먹는 박각시나방과 대결을 했습니다.


제 무기는

200 mm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


하지만 이날은

제가 번번이 지고 말았습니다.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수십 장을 찍었지만 건질 사진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하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아이가

카메라 앞에서

마치 순간 이동을 하는 UFO 같았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이런 날도 있습니다.

어쩌면 사는 게 다 이런 건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기록을 위해 한 컷은 남겨두기로 했지만

마음에 안 들어

2년 전에 찍은 사진을 찾았습니다.


비록 사진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통해

꽃과 나방이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은

저의 힐링의 시간이 됩니다.




10월의 숲/ 김은숙


연보라 들꽃 이끄는 숲 속 작은 길

투명하게 흩어지는 가을 햇살 한 켠

부서지는 작은 물소리 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네


한무리 맑은 물들 모여

고요히 자리하는 낯익은 풍경

가을 물든 고운 산, 부끄러운 구름까지

깊은 하늘 오랜 그리움으로 낮게 흐를 때

한 마음으로 겹쳐 눕는 그대 그림자여


고요한 시월의 숲

조락(凋落)*의 아득함 한가운데 서서

단풍물든 붉은 마음 하나 가지지 못했네


*조락(凋落): 차가운 기운에 다쳐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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