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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07. 2021

Sun set & moon set

11월의 석양


11월로 접어들면서
해 지는 시각이 점점 빨라집니다.

외손녀가 서울에

엄마 아빠와 함께 지내려 간 주말,

아내와 함께 무주의 단골 카페에 갔습니다.


카페가 적상산으로 오르는 초엽에 있는 서창마을에 있어,

잠시 차를 세우고 산 길을 조금 산책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산 길 가에는 가을빛이 모두 사라지고

가을 잎들은 말라 볼품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카페에서 저녁을 먹으며

석양을 감상하기로 하였습니다.


테라스에 있는 테이블에서 바라보는 서쪽 하늘도

이날은 그다지 황홀한 저녁노을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을빛으로 물들며

시시 각각 변해가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저녁을 먹는 동안 해는 산 아래로 넘어가고

하늘빛은 회색의 무채색이 되더니

조금 지나니 다시 붉은빛으로 변해갔습니다.


시시각각 변해가며 어두워 지는

저녁녘 해가 진 서쪽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마치 잘 살다 하늘나라로 간 어떤 사람의

삶을 축약해서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해가 진 후에도 한동안

그 빛이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한 동안 주변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빛으로 비쳐줄 수 있는 삶은

성공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 진 후의 서쪽 하늘



해가 진 산자락의 카페 테라스는

조금 싸늘해 오기 시작해

저녁을 다 먹은 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아내가 산 위에 달이 떴다고 일러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자세히 보니

정말 서쪽 산 위 하늘에는

가는 초승달이 걸려있었습니다.

막 산을 넘어가려는 순간이었습니다.


한 자리에서 지는 해와 지는 달을 보는 일이

흔하지 않은 경험인데

이 날 참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모든 건

미국의 야구 선수 '요기 베라'가 한 말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가 봅니다.



11월의 지는 달. 사진을 크게 보시면 초승달이 잘 보입니다.




석양/정연복


막 서산마루

넘어가는 햇살


아침햇살보다도

더 눈부시다.


제 몸에 남은 빛

아낌없이 주고 가려는


마음이 하도

간절해서 그런가보다.


이 땅에서의

나그네 여행이 끝날 때


한순간 내게서도

밝은 빛이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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