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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06. 2021

경복궁의 가을-2

연극이 끝난 후

개미취



경복궁 뜰에는
보랏빛 개미취가 아름답게 피어있었습니다.


도심 속에서

가득 핀 개미취를 만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키가 큰 개미취는

때로는 자신의 키를 감당하지 못하고

옆으로 높기도 합니다.


궁전을 지키던 병사들은 사라졌지만

키 큰 개미취들이 그들을 대신해

마치 옛날의 영광을 추억하는 듯

고궁을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이

조금은 애잔해 보였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의 허전함을 노래한

<연극이 끝난 후>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1980년에 열렸던 제4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한 곡입니다.

'샤프'라는 6인조 혼성 그룹이 부른 노래로

멤버의 하나인 최명섭이라는 분이

가사와 곡을 썼다고 합니다.


노래의 중간 부분에 나오는 가사가

마치 화려했던 연극이 끝난

경복궁의 가을 모습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그래도

가을로 물들어가는 경복궁 뜰에서 만난

키 큰 개미취와

붉게 물들기 시작한 회잎나무가

떠나지 않는 관객처럼

경복궁의 가을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개미취




회잎나무




연극이 끝난 후/ 최명섭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셋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길 보고 때론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경복궁 #가을 #사진전시회 #연극이_끝난_후 #개미취 #회잎나무 #2021년_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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