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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08. 2021

경복궁의 가을-3

구절초


개미취 화단을 지나서
흰 구절초가 핀
작은 화단을 만났습니다.


키 큰 보랏빛 개미취가

궁녀들이라면

단아한 모습의 흰 구절초는

귀티가 나는 모습이

어린 공주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절초


고궁의 뜰에 있는 나무들도

아름다운 가을 옷으로 성장을 하였습니다.

감나무와 회잎나무는

마치 궁궐 문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붉고 노란 옷을 입고 있습니다.


잎이 말라 버린 백당나무는

빨간 열매도  벌써 말라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

사진 전시회와 포토에세이집 준비로 바빴던

지난 10월의 날들을

전시회를 마치던 날

둘러보았던 경복궁의 가을날과 함께

책갈피 속에 고이

추억으로 간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나무, 회잎나무, 백당나무



경복궁


시월을 추억함/ 나호열


서러운 나이 그 숨찬 마루턱에서

서서 입적한 소나무를 바라본다

길 밖에 길이 있어

산비탈을 구르는 노을은 여기저기 몸을 남긴다

생이란 그저 신이 버린 낙서처럼

아무렇게나 주저않은 풀꽃이었을까

하염없이 고개를 꺾는 죄스런 모습

아니야 아니야 머리 흔들 때마다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검은 씨앗들

다버린 눈물로 땅 위에 내려 앉을 때

가야할 집 막막하구나

그렇다 그대 앞에 설 때 말하지 못하고

몸 뒤채며 서성이는 것

몇 백년 울리는 것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었던가

향기를 버리고 빛깔을 버리고

잎을 버리는 나이

텅 빈 기억 속으로

혼자 가는 발자국 소리 가득하구나




#경복궁 #가을 #사진전을_끝내고 #구절초 #백당나무_열매 #회잎나무 #2021년_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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