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추
가을꽃 하면 떠오르는 건
대부분 국화과의 꽃들입니다.
다양한 화훼용 국화 말고도
구절초, 쑥부쟁이류, 개미취, 참취, 산국 등.....
하지만 국화과가 아닌 꽃들도 여전히 피어납니다.
그중 하나가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워내는 산부추.
보통 사진의 꽃보다 진한 자줏빛인데
이 아이는 밝은 보랏빛을 하고 있습니다.
산부추 꽃의 꽃말은 '보호'
연약해 보이는 꽃을 보면
보호해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일까요?
하지만
봄부터 여름을 지나는 동안
묵묵히 기다리다
다른 꽃들은 한 해를 접는 시간에
그동안 기다렸던 가슴속의 열정을
보랏빛 불꽃으로 피워내는 꽃입니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더 강인한 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을에 만났던 산부추 꽃
초겨울 아침에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산부추/김승기
또 한해를 살아냈다
봄가뭄
쩍쩍 갈라지는 엉그름의 마음바닥
황사바람이 창문을 흔들어대고
먼지 쌓이는 문틈 사이로
주름만 깊게 패였다
장마
오락가락하는 빗발 그치는가 싶더니
다시 무겁게 내려앉는 물안개
햇빛 한 줄기 들지 않았다
타는 여름
바람 한 점 없는 갈증의 자갈밭에서
저리는 팔다리로 허리 세우며
흠뻑 땀에 젖어야 했다
다시 건들장마
장대비에 태풍 불어
젖은 마음벽 금이 가고
줄줄 비가 새더니
마침내 홍수에 잠겼다
발버둥치며 치며
겨우 목숨만 부지한 가을
온몸 가득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멍자국 달리고
손바닥에는 자글자글 잔금만 늘어나 있었다
그렇게 자줏빛으로 피우는 꽃송이
무엇을 위한 자축인가
공중에서 팍 터져버리고 사그라지는
한 순간의 불꽃놀이
이제 어떤 꿈으로 동면에 들어야 하나
겨울이 눈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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