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배나무 열매
얼마 전 건강검진을 위해
딸 집에 잠시 머문 적이 있습니다.
요즘 지은 넓은 아파트 단지의 지상층은
정원으로 꾸며져 있어
마치 수목원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잠시 산책을 하면서
겨울 정원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전성기를 지나
이제는 늙은 얼굴로
겨울 정원을 지키고 있는
아그배나무와 마주해
얼추 비슷한 연배 같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노인 한 분이 다가오면서
자기를 찍는 거냐고
시비조로 말을 걸었습니다.
나무의 열매가 아름다워
그걸 찍고 있노라고 했더니
더 이상 말없이 옆을 지나갔습니다.
저의 피사체들이
아무리 많은 사진을 찍어도
아무 말 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포즈를 취해주는
꽃과 나무와 자연인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월 편지/ 홍수희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늘 모자랍니다
하루나 이틀
꽉 채워지지 않은
날수만 가지고도
2월은 초라합니다
겨울나무 앙상한
가지 틈새로 가까스로
걸려 있는 날들이여,
꽃빛 찬란한 봄이
그리로 오시는 줄을
알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1년 중에
가장 초라한 2월을
당신이 밟고 오신다니요
어쩌면 나를
가득 채우기에
급급했던 날들입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더라도
사랑의 싹이 돋아날
여분의 땅을 내 가슴에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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