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겨울 한낮의 고즈넉한 강가에 나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어
동네 빈 아파트 풀밭에 잠시 들렀습니다.
빈 아파트라
잡초들이 무성히 자란 풀밭이
마치 멀리 떨어진 초원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다랗게 자랐던 새는
그 모양 그대로 갈색의 화석이 되어
겨울 풀밭의 멋진 장식으로 남았습니다.
벼의 조상 격인 벼과의 식물인데
이삭은 쓸모없지만
사진의 모델로는 쓸만합니다.
말라버린 마른 풀이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꼿꼿이 선 자세가
올곧게 살아온 지난날들의
향기를 느끼게 합니다.
마른풀/ 박소영
바람에 흔들리다
강 쪽으로 자꾸만 기울어지는 건
얼음물 속 어린 고기들
이야기 들으려는 것이겠지
하늘연못에 머리칼 헹구고
고개 젖히는 것은
가뭇없이 날아가는 새들
이별을 마중하기 때문이리라
하늘 높이 떠 있는 해에게
물어보는 말
아무리 맡아도 싫지 않은
마른풀 향기 맡을 수 있느냐고
높은 곳에 이르기 위해
허공 디디며 살아온 나
오늘밤 뜬눈으로
마른풀 이야기 들어준다면
한 모금의 물기마저 비워내
화선지처럼 얇아져서야
낼 수 있는
그 향기 피울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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