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5

억새

by 박용기
120_6498-s-Winter morning-5.jpg 겨울 아침-5, 억새


겨울이 깊어 끝자락에 다다랐습니다.
아니 봄의 맨 앞자락에 와 있습니다.


한겨울 찬바람에 시달린

억새의 모양이 초췌합니다.


가을 햇살에

유난히도 아름답던 은발은 사라지고

앙상한 줄기에는

얼마 남지 않은 씨앗 몇 개

위태롭게 바람에 흔들립니다.


이마저 다 날아가버리고

쓸모없는 마른풀로 남는 건 시간문제.


한 세상 열심히 살았건만

남는 건 이렇게 초라한 몸뚱이뿐.

어떤 노년의 초상을 보듯

애잔함으로 가슴 어루만지며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다가오는 핑크색 봄 빛이

이 억새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겨울억새 / 조남명


잎사귀 서슬 퍼렇던

그 기세는 오간데 없이

삭풍을 거역 못하고

다소곳 누웠다


찬바람에 시달려

늘어트린 풀죽은 이파리

들릴락 말락 서걱거리는 소리


언덕에 기대 누워

빛바랜 허연 머리칼

고개 숙이는 초라한 풀


솜털 씨앗 흩어져 나가고

빗살만 하늘을 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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