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겨울이 깊어 끝자락에 다다랐습니다.
아니 봄의 맨 앞자락에 와 있습니다.
한겨울 찬바람에 시달린
억새의 모양이 초췌합니다.
가을 햇살에
유난히도 아름답던 은발은 사라지고
앙상한 줄기에는
얼마 남지 않은 씨앗 몇 개
위태롭게 바람에 흔들립니다.
이마저 다 날아가버리고
쓸모없는 마른풀로 남는 건 시간문제.
한 세상 열심히 살았건만
남는 건 이렇게 초라한 몸뚱이뿐.
어떤 노년의 초상을 보듯
애잔함으로 가슴 어루만지며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다가오는 핑크색 봄 빛이
이 억새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겨울억새 / 조남명
잎사귀 서슬 퍼렇던
그 기세는 오간데 없이
삭풍을 거역 못하고
다소곳 누웠다
찬바람에 시달려
늘어트린 풀죽은 이파리
들릴락 말락 서걱거리는 소리
언덕에 기대 누워
빛바랜 허연 머리칼
고개 숙이는 초라한 풀
솜털 씨앗 흩어져 나가고
빗살만 하늘을 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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