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드디어 매화가 피었습니다.
멀리 남쪽에서 들려오던 봄소식에
혹시 우리 동네 매화는 어떤지 보러 갔지만
얼마 전까지 입 다물고 있던 매화.
드디어 꽃 봉오리를 열고
우리 동네에도 봄의 향기를 전합니다.
어린아이의 쥐고 있는 손처럼
곱고 귀여운 꽃봉오리 속에
저리도 아름다운 자태의 꽃송이와
은은하지만 기분 좋은 향기를 품고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 봄이 주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이
아직도 힘겹게만 느껴지는
코로나-19의 우울함을
말끔히 씯어내리면 좋겠습니다.
이제 봄이 가까이 와 있습니다.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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