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소중한 시간-16

구절초와 등에

by 박용기
115_4026_22_25-st-s-A precious moment of autumn-21.jpg

가을이 깊어가는 산책길 가 비탈에
구절초 세 송이가 피었습니다.



가을 잎이 떨어져
벌써 마른 낙엽이 된
숲은 이미 깊은 가을입니다.

작은 등에에게는
따뜻한 가을 오후 햇살에
꿀을 얻을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도
이 가을 잘 지내고 있느냐고
누군가에게 엽서라도 써야 할 것 같은 날들입니다.

이정자 시인처럼
부치지 못할 마음의 엽서지만
구절초 꽃잎에 적어 보냅니다.

이 가을 잘 견디고 있느냐고…….




구절초 엽서/ 이정자


먼 산 가까워지고 산구절초 피었습니다
지상의 꽃 피우던 나무는 제 열매를 맺는데
맺을 것 없는 사랑은 속절없습니다
가을 햇살은 단풍을 물들이고 단풍은 사람을 물들이는데
무엇하나 붉게 물들여보지도 못한
생은 저물어 갑니다
쓸쓸하고 또 쓸쓸하여
찻물을 올려놓고 먼 산 바라기를 합니다
그대도 잘 있느냐고
이 가을 잘 견디고 있느냐고
구절초 꽃잎에 부치지 못할 마음의 엽서 다시 씁니다.



#가을 #소중한_시간 #구절초 #산길 #등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2019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을의 소중한 시간-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