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봄비가 내리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봄비 내린 정원은
생명의 향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릅니다.
붉은 튤립 봉오리에 빗방울이 맺히면
유난히 투명한 붉은 생명의 물이
짙게 베어 나옵니다.
비 내린 정원에 서면
나도 비에 젖어
꽃으로 피어날 것만 같습니다.
이 봄도 그렇게 비처럼 다가와
튤립을 피우고
꽃이 지면 또 말없이 떠나갑니다.
비 개인 후
봄도 떠나가지만,
우리 가슴속에는
붉은 튤립이 피고 져
기쁨과 아쉬움의 나이테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또 이 봄이 오고
떠나가고 있습니다.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 이채
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비가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울 때
초록비 나 꽃비가 되어, 나도 세상의
무엇 하나 반듯하게 키워내고 싶다
생명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아버지의 탯줄 같고
어머니의 젖줄 같은 물
땅 속에는 하늘의 물이 흐르고 당신과
나 사이에는 사랑의 물이 흐른다
하늘비는 이 땅의 축복
누구에게 축복의 이유가 되고 싶다
비가 비처럼 와서
나무가 젖고 숲이 젖고 산이 젖고,
그리고 강으로 흘러갈 때
비를 닮은 여자, 빗물 같은 여자 당신에게 강물처럼 젖어들고 싶다
하늘처럼 젖어들고 싶다
당신 품에서 가장 깊은 강물로 살다가
가장 오랜 강물로 늙어가고 싶다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비 없는데 무지개 뜰까
꼭 무지개가 아니라도 좋다
비 떠난 후, 세상은 또 얼마나 정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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