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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Dec 26. 2019

전원생활 일기

봄의 교향악

동무 생각이라는  노래 가사 안에 봄의 교향악이라는 말이 있다. 

봄은 정말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처럼 감미롭다. 매일 아침마다 바라보는 들녘과 산야의 느낌이 다르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아침, 새벽안개가 어딘가로 사라지고 햇살이 비치는 아침 대지는 뭔가의 열기로 가득해진다. 밤새 웅크리고 있던 꽃들은 활짝 웃음 짓는다. 노란색 흰색의 들꽃들이 하늘을 향해 웃음 짓는다. 

전원의 봄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커튼을 열어젖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기지개를 켜는 모습과 같다. 주변에는 겨우내 누렇게 변해 있던 풀 사이로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들녘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생명의 숨결이 점점 더 크게 느끼지는 때이다. 

나도 그 움터 나는 생명의 기운을 한 껏 받는다. 

봄!

봄은 잃었던 생명이 다시 탄생하는 시기이다. 어느새 들녘에 새들이 놀래를 한다. 멀리 소를 키우는 농장에서 나는 소울음소리가 차가운 듯 그러나 차가움 속에 따뜻함이 녹아 있는 공기를 가른다. 

덜덜  거리는 경운기에 올라 탄 농부의 얼굴에도 봄의 기운이 가득하다.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로 나간다. 그리고 겨우내 추위와 싸운 마늘과 양파의 푸른 순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 올라 온다. 

초록의 향연이 시작된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땅속에서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가 귀가에 들린다. 

새소리 바람 소리 땅속의 새싹 소리가 어우러져 조화로운 봄의 소리를 만들어 낸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순간이다. 


나무 가지에는 죽은 듯 숨어 있던 봉우리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리우고 마치 처녀의 작고 예쁜 입술처럼 피어난다. 

언제 부풀어 올랐는지 마당 앞 자색 목련이 살포시 고개를 쳐든다. 커다란 봉우리에 맞지 않게 수줍은 듯 피어 나는 목련이 피어나면 이제는 꽃샘 추위 조차 자취를 감추고 한낮에는 마당에 앉아 시원한 물을 한 잔 들이 킬 정도로 햇살이 따스해진다. 

몸의 햇살은 일 년 중 가장 포근한 느낌을 준다. 마치 따뜻한 솜이불을 덮고 있는 착각이 든다. 

겨우내 팽개쳐 둔 밭을 정리하다가 그냥 땅바닥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어디서 놀다가 다가온 우리 집 귀염둥이 검둥이가 슬쩍 머리맡에 배를 깔고 앉는다. 나는 검둥이를 끌어다가 베개를 삼는다. 녀석도 싫지 않은지 그냥 그대로 누워 있다. 

잠시 머리에 쓴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눈을 감고 깜박 존다. 햇살이 두리뭉실한 배에 내리 쪼고 온몸에 온기를 가득 품게 한다. 

나도 검둥이도 봄의 교향악을 듣고 어머니의 품 속 같은 따스한 햇살을 이불 삼아 망중한에 빠진다. 그렇게 봄도 무르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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