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아 Mar 07. 2020

전원생활 일기

시골이 좋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고 생활하여 밤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밤을 불태우자 하고 놀았고 아침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먹고 먹히는 생존 게임에 시간을 보내었다. 

어느 날 나는 문득 가던 길을 멈추었다. 다들 어디로 가는지 한 방향으로 열심히 달리는 경주 도중에 나는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정면에서 옆으로 눈을 돌렸다. 보이지 않던 초록의 빛이 나를 유혹한다. 갑자기 달리던 길을 돌아 살짝 옆 길로 들어섰다. 

옆 길에서 조금 지나가니 그곳은 아무리 빨리 가고 싶어도 그저 천천히 발걸음을 움직인다. 

공기는 맑고 하고 시간은 더디게 간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상쾌하다 못해 싱그럽다. 만원 버스에 시달릴 일도 없다. 복잡한 지하철 깡통에 몸을 싣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거릴 필요 없다. 

출근이 없다. 다만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먹을거리를 심어야 하는 일뿐이다. 그 시기를 맞추고 나면 자연이 모든 것을 알아준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점심시간에 뭘 먹을까 그리지 않은 시간에 잠깐의 휴식을 위해서 허겁지겁 먹어야 했던 점심은 이제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된다. 

마당 앞에 차려진 테이블에 앉아 먹고 싶은 음식 자연 속에서 천천히 음미한다. 

정말 기막힌 모습이다. 

처음 며칠은 천국에서 노니는 시간 같다. 시간이 남던 남지 않던 변화 없는 일상이 계속된다. 

보는 사람은 이웃에 어르신 몇 분이다. 친구도 거의 없다시피 한 나 홀로 속에서 저녁 시간에 혼자 혹은 아내와 함께하는 한 잔 술도  점점 식상하다. 

점점 지루하다. 도시가 그립다. 저녁에 친구와 지인들과 함께한 식사 모임 술자리가 그리워진다. 


시골에 산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한 동안의 조용하고 고즈넉한 시간이 꿈 같이 지나가고 현실은 냉혹하게 다가온다.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넉넉한 돈을 소유하고 있다면 문제는 다르지만 대부분을 일을 해야 한다. 농사를 지어 돈을 벌겠다고 의욕에 불타지만 결국 이것저것 하며 돈 낭비 시간 낭비를 하면 이제 다르 곳에 일자리를 구하러 다닌다. 

도시에서 살던 때처럼 말쑥한 양복을 입고 일할 곳이 없다. 겨우 농장이나 농원에서 하루 일당을 받고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온다. 

해 보지 않았던 막노동을 하고 오는 길은 몸은 힘들고 지치고 마음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 전원생활에 대한 낭만은 어디로 사라지고 삶의 무게만이 짓누르고 있다. 

저녁 밥상에 아내와 앉아 있어도 말이 없다. 지쳐가는 시간에 도시가 그리워진다. 그러나 돌아갈 방법은 없다. 

고즈넉하고 낭만적인 삶만을 꿈꾸며 모든 것을 정리하고 왔다. 

되돌아 간다면 지금보다 더 힘든 삶만이 기다린다. 

내일은 주말이다. 조금 더 잠을 자고 농사를 짓다가 그만둔 밭을 정리해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하루를 보낸다. 

일상은 도시나 시골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현실은 그렇게 냉혹하게 우리를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사주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