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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Mar 07. 2020

삶의 여적

아이들만의 규칙

들려오는 뉴스만 보면 사람의 스트레스 지수를 엄청나게 높인다. 예전 학창 시절의 뉴스는 독재자의 홍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뉴스였다면 요즘 뉴스는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 나쁜 짓하면서 죄의식 없이 뻔뻔함 그 자체에 오히려 화가 난다. 다 하는 것 같다.

법 앞에 사람은 평등하고 정해진 법은 지켜야 하지만 그  법 위에 올라서서 사람을 짓밟는 이들을 보면 분노가 하늘 끝까지 치솟아 오른다. 

허지만 나 같은 힘없는 백성이 외치는 소리는 개미가 사람을 향해 포효하는 소리보다 못한 것을 어찌하리!


더위도 식힐 겸 해가 질 무렵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마음먹고 나섰다. 동네 공터를 놀이터와 산책로로 꾸며서 걷기도 좋고 저녁에 부는 선선한 바람을 나무 그늘에 앉아 마음껏 마실 수 있어 좋았다. 

아이들은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이에 여념이 없고 그늘진 정자에는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그야말로 망중한을 즐기기 딱 좋은 시간이다. 조금 넓은 공터에서  초등학교 오 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간이 야구놀이를 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야구장은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헬멧 야구 장갑 야구 방망이에 장갑까지 끼고 꽤 진지하게 경기하고 있다. 주변에 폐가 되지 않게 신경을 쓰면서 경기하는 하는 모습이 정말 대견스러울 정도이다. 

심판도 있다. 아무리 억울해도 심판을 말에 따르는 모습이 대견하다. 어른이 본받아야 할 정도로 정해진 규칙 속에 경기를 하고 있다. 더욱이 놀라운 모습은 절대로 주변에 산책이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게 놀라웠다.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을 향해 있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공을 찾아 헤매야 한다. 

다리도 쉴 겸 앉아 구경을 하는데 꽤 볼 만한 경기였다. 경기도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하는 야구가 보통 실력은 아니었다. 계속 보고 있으니 경기도 경기지만 아이들의 하는 모습에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같은 동네의 사람들이고 그 동네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이제 아장 거리는 아이들이 혹시라도 경기하는 곳으로 들어오면 경기를 중단하고 아이를 데리고 안전한 놀이터로 간다. 그리고 다시 경기가 시작되고 혹시 라도 유모차를 끄는 엄마가 나타나면 잠시 경기를 중단하기도 하는 모습에서 배려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정말 대단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의 모습이었지만 아이들이 하는 모습은 뉴스에 나오는 어른들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는 그런 행동들이었다. 


잠자코 그들의 경기를 보면서 생각해 봤다. 저런 모습이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우리의 윗물이 아랫물에게 맑은 물을 전해 줄 수 있을까 

나 자신부터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오늘 아이들의 노는 모습에 나는 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사람은 탁해진다. 세파에 시달리고 삶의 무게에 짓눌리며 사람들은 탁해진다. 그러나 그것만이 탁해지는 이유는 아닐 것이다. 법이란 사람들이 공평하게 잘 살기 위해 만들어 놓았다. 자신들은 특별하다고 믿는 그 순간부터 윗물은 탁해지고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도 흐려지게 된다. 

오늘 동네 아이들의 노는 모습은 정말 훌륭했다. 오늘 나는 돈 주고 볼 수 없는 멋진 경기를 보았다. 

그 아이들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오래오래갔으면 한다.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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