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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Jan 29. 2020

나는 누구입니까?

엊그제처럼 느껴지던 성탄절과 연말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고 설 명절 연휴가 지난지도 이틀이 지났다. 

늘 이맘때쯤이면 후회와 새롭게 새운 계획에 묻혀 있다. 후회는 잊어버리고 새로운 희망에 잠시 빠진다.

그렇게 지나간 일과 새로운 희망 사이에서 지금 현재의 나를 보라 본다. 

 문득 뭘 하고 살았지 해 놓은 것은 없고 갈길은 멀어 보인다. 그리고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근사한 생각은 온 데 간데없고 미래의 불안만이 가득하다.

어쩌면 시간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변함없이 세월은 흘러간다. 특별할 것도 없는 늘 떠오르는 태양과 달은 반복된다. 

사람이 만든 시간이 세월의 흐름을 말할 뿐이다. 

올해도 특별할 것 없는 삶이 그대로 계속되었다. 삶의 무게에 짓 눌려 주변을, 그리고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저 살아 있으니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까지 같은 일상의 반복이 연속되었다. 

어디 화풀이할 곳이 없으니 저녁 밥상머리에 앉아 밥을 먹다가 밥이 맛없다고 아내에게 투덜거리다 다투고 돈에 쪼들리고  사람 사는 일이 사소한 문제 고통스럽고 괴로워한다.

평생 해가 바뀔 때마다 계획을 세우지만 계획대로 한 해가 마무리된 적이 없다.  

나 자신을 위한 위한 계획은 없다. 올 해는 내년보다 좀 더 잘 살고 돈도 많이 벌고 빚도 갚아야지 하지만 더 늘어가는 빚과 허덕거리는 삶뿐이다. 

여행 한 번 제대로 가본 일이 없다. 방송 프로에 나오는 여행 방송을 보면서 마음으로는 꼭 한 번 가야지 하지만 뜻대로 움직이질 못한다. 늘 핑계는 사는 게 바빠서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언제쯤 이 다람쥐 채 바퀴 돌아가는 삶에서 벗어 날까? 뭔가를 하지 못할 때의 입에 달린 '바빠서'라는 말 언제쯤이면 하지 않을까?

아마 죽는 그 순간까지 입에서 떠나가지 못할 것 같다. 

나를 위한 나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 하나뿐인 인생에서 나의 존재가 사라지면 모든 것은 사라진다. 

사랑도 돈도 가족도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나 자신이 온전히 살아갈 때 나의 주변도 온전한 모습으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소중하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나는 '남이 나를 보는 눈빛'과 '남에게 어떻게 보여야지'라는 생각 속에만 살았다.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걷어 낼 때가 되었다. 

해가 바뀌어 거창한 계획은 이제 세우고 싶지 않다. 아니 늘 그렇듯이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나를 다시 한번 바라보자.  새해의 계획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다. 이제 오십 중반이 넘어 한 갑자를 향해달려 가지만 당신은 누구입니까 라는 대답에 자신이 없다. 

이제 더 늦기 전에 나는 누구입니까에 대한 답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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