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아 Jan 29. 2020

겨울 같지 않은 날씨

겨울 속의 봄

올 겨울에는 겨울비를 자주 본다. 엊그제 내린 비가 그치고 마당에 나가 보니 명절이 지났지만 아직 절기상 입춘이 되지 않아 아직은 음력 12월이다. 

음력 1월의 입춘 절기가 들어오면 봄이다. 아무리 매서운 추위 속에도 따뜻한 봄의 소식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예년 같으면 아직 땅도 딱딱하게 얼어 있어야 하건만 마치 스펀지 위를 걷는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땅이 물러 있다. 

마당에 심어 놓은 아로니아 몇 그루가 있다. 무심히 쳐다보니 아직 때가 아닌데 잎이 살짝 고개를 쳐들고 있다. 

아이고 날씨도 제 장신이 아니더니 나무도 제정신이 아닌 놈이 생겼다. 혹시 꽃샘추위라도 오면 잎은 영락없이 말라죽을 터인데 이를 어쩌나 싶다. 

며칠 있으면 입춘이다. 이제 봄이 찾아오고 아직 한기를 머금고 있지만 그래도 한기 속에 따스한 봄기운이 숨어 있을 것이다. 

계절이 이렇게 변화무쌍하니 인간 사는 세상도 변화무쌍한 것은 당연하다. 매섭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봄이 찾아온다. 

나는 세상살이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다. 좋은 게 오고 나면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봄은 늘 소리 없이 다가와 따스한 기운으로 우리를 감싸 안는다. 

세상은 날씨가 변화하고 계절이 바꾸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추운 겨울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겨울을 더 좋아하는지 모른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나면 따스한 봄은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욕심을 내거나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저 내가 앉은 다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혹독한 겨울이든 이번 겨울처럼 뜨뜻 미지근한 겨울이 되었던 봄은 겨울의 바람 속에 숨어 우리에게 한 걸음씩 다가온다. 

아직은 방심하기 이르다. 겨울이 봄에게 자리를 내 주기 싫어 잠시 투정을 부릴 수 있다. 

시간은 흐른다. 그 흐르는 시간 속에 나를 던져 가만히 살펴본다.

작가의 이전글 사주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