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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Jan 28. 2020

사주 이야기

운칠기삼

운은 칠이고 재주는 삼이라 하여 운칠기삼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는 때가 있다. 

사주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 고사성어의 말이 옳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게 있다. 

그것은 운이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라 자기의 노력과 능력에 중심을 맞추야 한다. 


사주는 어떻게 보면 자신을 수행하기 딱 좋은 학문이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자신의 소질을 깨닫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그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여 움직여야 한다. 

나갈 때와 물러 날 때,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아는 게 쉽지는 않다. 

어떤 이는 이렇게 다시 물을 것이다. 그러면 인생은 이미 정해진 게 아닐까요 하고 묻는다. 

대답은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애매한 답이며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는 말은 운은 정해진다는 말하고, 그렇지 않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이야기한다. 


어느 날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실패를 거듭하던 사람이 찾아왔다. 

겉으로 보는 모습은 큰 키에 훤칠한 용모가 꽤 있어 봄직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 사람이 들어오는 시간으로 괘를 만들어 점을 쳐 보았다. 

산화 비 꽤가 나오고 관이 지세하니 사람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어 보였다. 

그가 내민 생년월일을 보니 태어난 날의 기운이 목의 기운이었다. 음목이라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주팔자에 재물이 없다. 그의 건장한 체격으로 봐서는 기술이나 몸을 써서 일하는 직업이 어울여 보였지만 이제까지 손 편한 사업을 하다가 말아먹고 말아먹고를 반복하고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이가 육십이 다 되어가고 사주는 막혀 있었다. 

그는 편한 길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리 편하게 밥을 먹고살라는 팔자가 아니었다. 사주를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는 손재주도 있었고 중장비 기술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말했다. 기술이나 손재주로 먹고살면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늘이 주신 강한 힘과 손재주를 잘 이용하면 밥은 먹고 산다는 말을 하니 얼굴에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의 꿈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멋진 양복을 입고 비싼 점심을 먹으며 사업 이야기를 하는 그런 꿈을 꾸고 있었다. 미안 하지만 그런 사주팔자는 아니다고 말하며 당신의 기술을 가지고 스스로 작업복을 입고 현장을 뛰어다니면 원하는 재물을 얻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해 줄 수밖에 없었다. 

처음 태도와는 아주 다른 싸늘한 느낌마저 던져 주는 얼굴 표정을 하고 집을 나섰다. 아주 실망스러운 답을 들었으니 기분이 좋을 까닭이 없다. 

 그의 사주는 확실히 운이 없었다. 사주 살펴보니 공부하는 기운이 약해 공부는 관심이 없었고 돈에 욕심이 있어 일찍부터 돈을 벌려고 했지만 사업이라는게 뜻대로 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가 가진 기술과 건강한 신체는 그에게 가는 길을 알려 주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늘 헛꿈만 꾸고 살아온 인생인 듯해서 안타깝다. 그에게는 운칠은 글자보다는 기삼이라는 글자가 더 중요한데 그는 운칠을 따라다녔다. 

운이라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만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정확히 알고 살아야 한다. 

그 사람이 돌고 돌아 다시 찾아왔을 때는 처음 방문할 때 보다 더 힘든 상황이었다. 몸도 아프고 마음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찢기고 난 뒤 더 이상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사주를 봐 달라고 했지만 나도 별 뽀쪽한 방법이 없었다. 결국 자신의 운명대로 살아간다. 

기삼이라는 방법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힘없이 어깨를 떨구고 가는 모습이 참 측은해 보였지만 그는 그의 운명대로 살고 있었다. 

사주는 운과 노력이 함께 할 때 빛을 본다. 아무리 좋은 운이 와도 노력하지 않는다면 거둘 게 하나도 없다. 또한 좋지 않은 운에 앉아 이것저것 다해보다가 실패한다. 일어서지도 못하는 일이 생긴다.

사주는 나의 때가 언제 인지를 알게 해 준다. 

운과 노력이 함께 작용할 때 그 사람에게 좋은 사주의 길이 열린다. 

사주는 좋고 나쁨이 없다.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잘 살피고 욕심 내지 않는 삶에서 복은 저절로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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