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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Jan 28. 2020

나이를 먹는다는 게..

거울 속의 내 모습

거울을 본다. 어딘가 낯선 모습이 거울 앞에 비친다. 눈가에는 주름살이 생기고  날카로운 눈빛은 생기를 잃어 흐려져 가고 있다. 

오늘 아침 거울 앞에서 면도를 하기 전에 보던 나의 얼굴이다. 

늘 똑같은 해가 뜨고 똑같이 별이 뜬다. 달도 일정한 간격을 가지고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 

세월이 흐르고 계절도 여러 수십 번이 바꾸었다. 

눈매 날카롭던 그 젊은이는 어디로 가고 흐리멍덩해진 모습을 한 이가 거울 앞에 서 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느낀다. 나보다 훨씬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들으면 민망할 소리지만 나도 나이를 먹는구나 하는 생각을 오십 중반이 넘어서면서는 가슴에 확확 다가온다. 

우선 먹는 게 달라진다. 정말로 예전에는 모래도 씹어 삼켜도 소화가 될 정도의 왕성한 식욕이었지만 왜 그런지 자꾸 가리는 음식이 생겨난다. 떡국 떡도 퍼진 떡국이 좋아진다. 

마른오징어 구워 먹어 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얼마 전 치과에 갔다. 뭐 특별히 나쁜 데가 있다기보다는 스케일링도 하고 건강 검진받듯이 한 번 검사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갔더니 생각지도 않게 아직 치아가 좋다는 소리에 마음이 조금 들뜨게 되었다. 벌써 오십 초반에 인프란트 이를 몇 개 한 아내가 부러워하다 못해 시기 질투까지 한다. 

그런데도 딱딱한 음식을 피하게 된다. 입에서 어느 정도 잘 씹어도 위에 들어가면 또 부담스럽다. 

그냥 술술 넘어가는 음식만 찾는다. 

또 다른 모습 속에서도 나이를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시내를 나온다. 젊고 예쁜 여자들이 한껏 치장을 한 모습을 종종 본다. 

사십 대 중반까지 그런 모습은 나와 견주어 대상을 바라본다. 나는 아름답고 예쁜 여인과 테이트를 상상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생각이 달라졌다. 달라진 내 모습에 나도 깜짝 놀란다. 

예쁘고 착해 보이는 여자를 보면 며느리 감으로 어떨까? 키 크고 잘 생긴 젊은 남자를 보면 사위 감으로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혼자의 생각이 지나가고 나면 웃음이 난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 가는가 보다 하는 생각에 달지 않은 웃음이 남는다. 

수염을 길러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내에게 말하자마자 오늘부터 같이 밥 먹지 말자고 한다. 더럽단다. 

엉덩이 펑퍼짐해진 아내의 뒷모습을 본다. 한 십 년 전만 해도 호리호리하고 날씬했다. 지금도 젊은 이십 대처럼 날씬한 편이지만 오십이 넘어가니 뒷모습부터 늙어 가나 보다. (퍼지고 쳐진다)               

 부부 둘만 남는가 보다. 서로 등긁어 주고 다투고 하면서 그렇게 둘이 친구처럼 살아가는지 모른다. 

마침 출출한데 아내에게 두부전에 막걸리 한 사발 어떠냐고 해 봐야겠다. 밥이 소화가 안 된다고 핑계 대고 먹는 막걸리가 꽤 괜찮다.

슬슬 옆에 가서 괴롭혀 봐야겠다. 

어깨를 주물러 준다. 갑작스러운 아양에 아내는 살짝 추켜올린 눈으로 

"뭐 먹을래?"

두부전에 막걸리 먹자고 한다. '에그!'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는 아내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간다. 

뭐 이렇게 하고 사는 거지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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