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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Mar 27. 2020

고요한 새벽

'땡' 하는 소리가 고요한 새벽 적막을 가른다.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작은 탁상시계를 쳐다본다. 

새벽 두 시 반을 가리킨다. 

벌써 한 두해 전부터 새벽잠이 사라진 지 오래이다. 

기왕에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라 책을 펼쳐 놓고 흰 바탕에 꽃과 잎이 서로 어우러진 찻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창 밖에 내리는 봄 빗소리와 어울리는 잔잔한 피아노 곡을 듣는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이 시간을 나는 좋아한다. 

세상이 잠든 이 밤에 나는 깨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아니 고독을 즐긴다.

도스토옙스키는 삼십 대 청춘의 시절에 반정부 활동을 하여 감옥에 갇혔다. 그가 제일 괴로운 것 중에 하는 바로 혼자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일이었다.

고독이나 외로움이 사람의 마음을 우울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끔은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발견한다. 

어둡고 적막한 이 새벽에 잔잔한 음악이 은은한 커피 향을 타고 마음을 간질인다. 

고요한 적막이 나의 마음에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킨다. 다시 소년의 감성으로 돌아간다. 

순수했던 그 시절의 감성이 깨어난다.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바라보듯이 나를 바라본다. 

이 시간이 지나고 새벽이 밝아 오고 떠나갈 나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또 다른 나를 보낸다. 

삶의 시간보다 죽음의 시간이 더 가까워진다.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두려움도 가지지 않는다.

그저 지금 깨어 있는 이 순간의 행복감에 나는 감사할 뿐이다.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레이크 루이스를 들으며 푸르고 잔잔한 호숫가에 서 있는 상상만으로 행복하다.

이 고요하고 적막한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사치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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