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뱀의 생존게임
풀과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지도 한 달이 좀 넘어간다. 기후 변화 때문인지 10년 전 시골 생활을 시작했을 때에는 보다 풀을 베는 시간이 빨라진다.
10년 전에는 6월쯤부터 풀을 베었는데 올해는 5월 중순이 되면서 벌써 풀을 베어야 한다.
사는 곳 주변이 논과 밭으로 둘러 싸여 있어 여름에는 개구리들의 노랫소리에 밤 잠을 설칠 때가 많다.
개구리가 많으면 개구리를 잡아 먹는 뱀이 없을 수 없다. 뱀과 개구리는 참 기구한 운명인 듯 하다.
덕분에 뱀을 무서워 하는 아내는 풀이 조금만 자라있어도 풀을 깎으라고 성화다. 풀 속에 숨어 있는 뱀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서 가끔 보던 동물의 왕국이 여기에 있다. 뱀이 개구리를 삼키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그 모습을 보았다. 개구리는 뱀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고 뱀은 그 개구리를 먹기 위해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모습은 말로 가히 충격적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도 생존 게임 같은 모습이 보이지만 자연의 세계는 삶과 죽음 경계를 넘나 드는 긴장감이 살아 있다. 여기서는 종종 동물의 세계라는TV프로에서나 봄직한 모습이 보인다.
하늘을 멋있게 나르고 있는 솔개가 무언가를 발견한 모양이다. 하늘을 선회하듯 빙빙 돌고 있는 새는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추는 듯하다가 땅을 향해 내리 꽂힌다. 그 모습은 전쟁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급강하 폭격기가 목표물을 향해 내리 꽂히는 장면을 연상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그리고 잠시 뒤 뭔가가 새의 발톱 사이에서 꿈틀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나 싶더니 저 멀리 창공 속으로 사라진다.
가끔 늦은 봄에서 여름 사이에 운이 좋으면 보는 모습이라 나도 몇 번 보지 못했다. 어느 순간 삶과 죽음이 갈리는 모습이다. 배고픈 솔개는 먹이를 얻어서 삶을 이어가고 그 발톱에 잡힌 움직이는 생물은 곧 자신의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여름 동안 자주 그리고 흔하게 보는 모습은 개구리와 뱀의 먹고 먹히는 숨 막히고 생생한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삼사십 센티 정도 길이의 뱀들이 작은 개구리 잡아먹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가끔 뱀이 개구리를 삼키는 진풍경도 심심치 않게 눈에 보인다. 느긋하게 식사를 하는 뱀이 입에 반쯤 넣은 개구리를 뱉고 도망을 가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조금 놀랐다. 혹시 개구리가 살아 있을까 해서 보았지만 역시 죽어 있었다. 그저 무심히 그들의 게임에 인간인 내가 끼어 들어간 모습이 되었다.
사람 사는 세상도 생존 게임 같은 모습이 보이지만 자연의 세계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긴장감이 흐른다. 다큐가 살아 있는 곳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
뉴스에 비가 온다고 하여 앞마당에 만들어 놓았던 하우스 대를 철거하고 듬성 듬성 나있는 보기 싫은 풀을 정리한다고 현관문을 나섰다.
오후 네시가 넘어 가지만 밖은 아직 한낮의 열기가 몸을 휘감아 돌고 있다.
여름 동안에는 풀과 전쟁이라고 과언이 아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한 넓은 지역에서 올라오는 풀을 정리하기 쉽지 않다.
물론 잡초가 말이 잡초지 각자 이름이 있고 봄과 늦은 여름과 가을에 피는 들꽃들이 마당에 번지면 그 아름다움이야 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한 폭의 그림이다. 그래도 무성히 자라 무릎까지 올라올 때는 어쩔 수 없이 풀을 정리해야 한다.
낫 한 자루 손에 쥐고 느릿느릿 마당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개구리 한 마리가 땅에서 폴짝 뛰어오른다. 바로 그 순간 초록색 위장복을 입고 있던 삼사십 센티 정도 크기의 뱀이 풀을 헤치고 후다닥 달아난다.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고 도망가는 것을 보니 독사는 아닌 듯했다.
작년에 처음으로 독사라고 생각되는 뱀을 만났다. 인기척을 느껴도 도망가지 않고 나와 마주 대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어서 뱀을 죽여야 했다. 위험하기도 하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종종 뱀에 물려 읍에 있는 보건소에 가서 주사 맞는 일이 가끔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했다. 수박만 한 돌을 들고 꼼짝도 하지 않는 뱀을 향해 던졌다. 소 뒷걸음치다가 쥐 밟은 격으로 돌은 뱀의 머리를 짓눌렀다.
"빠~아~ 악"
뱀 머리가 돌에 깨지는 소리처럼 그렇게 크게 들릴 줄 몰랐다. 나 자신도 그 소리에 놀랐을 정도였다. 독사가 거의 없다는 동네 어른의 말씀이 무색한 순간이었다.
하긴 몇 년을 살아도 맞서는 뱀은 없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맞서는 뱀을 만난 게 전부였다.
후다닥 달아는 뱀을 한 번 잡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뱀을 손으로 잡아 본 일이 있어 별생각 없이 잡으려고 움직이는 순간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 미쳐 첫 발을 옮기기도 전에 집 아래의 논으로 사라지고 눈에 보이지 않았다.
개구리는 내가 풀 정리한다고 발걸음을 옮기는 바람에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다.
미련한지 어떤지 풀 정리하는 사이사이에 개구리들이 인기척에 놀라 팔딱거린다.
대충 정리가 끝나고 예초기를 메고 마당 입구부터 풀을 깎으려고, 어설픈 솜씨로 만든 우체통을 앞을 지나치는데 한 이십 센티될까 말까 한 작은 어린 뱀이 아주 당당하게 배를 깔고 슬금슬금 기어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루에 두 마리나 보는 셈이다. 다시 장난기가 발동되었다.
그 뱀이 어떻게 가나 보고 싶은 마음에 쪼그리고 앉아 관찰을 했다.
인기척을 아직 느끼지 못한 작은 뱀은 개구리 잡아먹을 생각인지 기분 좋게 기어 오고 있다. 예초기 칼날을 가까이 가져가 보았다. 말 그대로 깜짝 놀란 어린 뱀은 오던 길을 되돌아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달아난다.
날이 돌아가지 않았고 죽일 생각도 없었지만 칼날이 몸이 닿는 순간 뱀이 얼마나 놀랐을까! 사람의 감정으로 생각하니 도망가는 모습이 얼마나 웃기는지 자꾸 헛웃음이 나왔다.
일을 마치고 아내와 전화 통화 중에 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내는 기겁을 하고 듣고 있고 나는 무슨 무용담 전하듯이 이야기했다. 아내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보고 참 특이한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뱀을 재미 삼아 구경하고 있으니 뱀을 극도로 싫어하는 아내로서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나같이 멍청하고 아무 생각 없는 인간에게는 시골생활이 아주 안성맞춤이다. 뭐 비록 국수나 밥에 간장과 달걀로 때우는 하루 두 끼 식사에 간식으로 막걸리 한 두 사발이 전부인 시골생활이지만 개구리나 뱀 새와 산짐승들의 모습에 지루할 틈이 없다.
비록 가진 게 없는 가난한 삶이지만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하는 일상을 가지고 있어 마음은 부자다. 비가 올 듯한 하늘은 잿빛의 구름으로 가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