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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Aug 04. 2020

내 생각

순우리말인 사흘과 나흘에 대한 기사를 읽고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정치세력이나 내가 싫어하는 정치세력이나 도긴개긴이다 싶기도 하고 세계를 봐도 답답한 마음에 그저 외면해 버렸다. 뭐 짧게 이야기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니 관심을 두지 않는 게 아니다. 재활용 쓰레기도 잘 구분하고 차도 자주 주행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탄소 배출에 주범 중에 육류 섭취가 있다는 말에 젊은 사람도 아니고 나이가 오십 중반을 넘어가고 있으니 고기도 덜 먹는다. 세제도 물을 오염시킨다고 하니 옷도 너무 자주 빨지 않는다. 더럽다고 할지 모르지만 여름을 제외 하고는 옷 한 두 벌로 생활한다. 작은 행동이지만 내가 세상을 위해 자손을 위해 할 수 있는 직은 몸부림일지 모른다. 

집 사람은 나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한다. 포털 뉴스에 댓글도 달고 열심히 뉴스를 본다. 뉴스를 잘 보지 않는 나에게 기사를 보고는 듣거나 말거나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마치 정치 평론가 못지않은 말을 꺼내 놓는다. 그런 집사람의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정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펜을 든 게 아니다. 

8월 광복절이 일요일과 겹쳐서 대체 공휴일을 발표하면서 정부 관계자가 사흘 간의 연휴라고 말하면서 혼란이 시작된 모양이다. 

삼일을 노는데 왜 사일을 논다고 발표하냐고 의문을 품었던 모양이다. 

바로 사흘과 나흘을 구분하지 못한 해프닝이었다. 

우리는 날짜를 헤아릴 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이라는 순수 우리말이 있다. 

삼일의 연휴인데 왜 사 일간의 연휴라고 사람들이 타진 모양이다. 

나는 그 뉴스를 듣지도 못했다. 아내가 갑자기 분개하며 

이런 인간들을 봤나 사흘과 나흘 삼일과 사일의 차이를 모르냐며 잔뜩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스마트 폰에 나온 기사를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 모를 뻔했다. 

사흘간의 연휴라는 말을 듣고 모두 앞의 '사'라는 글자에만 보고 삼일인데 왜 사일이라고 말했냐고 인터넷에서 회자된 모양이다. 

아무리 문자시대에 우리말이 이상하게 변형된 시대라고 하지만 이런 것이 기사가 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기본적인 우리말에 대한 공부가 되어 있지 못해 일어나 해프닝이지만 생각할 점이 많음을 이야기한다. 

말과 글은 우리 민족의 정신과 같다. 

말과 글이 없는 민족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거란족 여진족들은 말은 있었지만 글이 없었다. 글이 되었던 말이 되었던 우리의 정신은 말과 글에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우리말도 모르는 사람들이 사흘과 삼일이 같다는 걸 모른다는 사실은 어쩌면 우리의 교육에 대한 문제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집 사람의 여동생 친구가 하는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자른다. 처제와 나이 차이는 한 마디로 띠 동갑이다. 사십 대 초반의 나이에 걸맞게 대부분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에 다니는 학부모들이었다. 

남자 커트는 여자보다 빠르다. 항상 먼저 머릴 깎고 아내가 머리를 하는 동안 먼 산 바라보면 빈둥거린다. 이때가 세상과 접촉하는 시간이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산골에 살면 그다지 시내에 나올 일이 없다. 

동네 시장에 있는 미용실이라 또래 학부모들 발걸음이 잤다. 그들의 관심사는 사는 집과 아이들 교육이 제일 큰 주제였다. 역시 미용실 원장과 나누는 대화는 실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학원과 학교를 같이 다니다 보니 비싼 돈을 지불하는 학원의 수업이 공공제인 학교 교육보다 더 앞서 나가는 모양이다. 

학교 수업과 학원 수업은 거의 입시에 맞추어있고 시험의 기술만 가르쳐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의 역사와 우리의 말은 민족이라는 정체성의 최고 위를 차지한다. 

작금의 교육은 어찌 보면 너무 나 인간미가 없는 교육이다. 그나마 입시 교육을 벗어나 학문의 보루인 대학에서는 정말 책을 읽고 지식인으로 불릴 공부를 해야 하지만 대학도 어쩐지 취직 공부를 하는 하나의 관문 정도로 생각된다. 

작은 해프닝이었지만 사흘과 나흘이라는 말을 몰라서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논란을 보고 나이를 먹은 곤대로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심하게 걱정이 된다. 

요즘 방송을 보면 우리말을 정말 이상하게 쓰는 일이 쉽게 볼 수 있다. 마침표를 찍어 말을 줄여서 하고 문자를 보낼 때 빨리 보내기 위해 한글을 이리저리 변형시키는 일은 허다한 일이 된 것 같다. 

우리나라 말처럼 과학적이고 아름다움 말이 없다. 영어는 노랗다는 표현 하나뿐이다. 그러나 한글은 노랗다는 여러 가지로 표현한다. (누렇다, 누리끼리하다, 누르스름하다 등등)

그런 좋은 우리말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작은 기사였지만 느낀 바가 많았다. 우리말과 역사는 우리 하나로 묶어주는 정신이다. 정신이 무너지는 순간 우리가 지켜야 소중한 전통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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