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아 Sep 29. 2021

책 읽는 즐거움 책 듣는 기쁨

세상이 좋아졌다고 말해야 할까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오늘날에 책은 어쩐지 뒤로 한 걸음 물러 선 취미에 속한다.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을 때 음악 감상, 독서는 왜 그런지 꼰대 느낌을 준다. 

요즘은 전자책이 나와 지하철에서 스마트 폰을 들고 책을 보는 사람을 더러 볼 수 있지만 스마트 폰에 몰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이나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책은 보지 않는다. 

예전에 낭독회라고 서점이나 다방에서 시나 수필 소설을 읽어 주고 감상하는 시절이 있었다. 

모두 눈을 지긋이 감고 읽는 이의 소리에 집중을 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낭독회 대신 유튜브나 책 읽어 주는 앱이 생겨 쉽게 들을 수 있다. 

눈으로 보는 책 보다 듣는 책이 내용을 알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집중해서 하나하나 글을 음미하고 문장을 세기면서 듣는 일은 눈으로 읽는 일만큼이나 집중이 필요하다. 


책은 지식을 얻는 기쁨도 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마음속에 울리는 조용한 외침을 들을 수 있다. 

무슨 이야기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책은 읽고 난 뒤 그 책의 맛을 조용히 음미하는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자신이 느끼는 생각을 살 찌우니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약간의 과장을 앎에 대한 충만감이 생긴다.

생각을 한다는 말은 사람이 가진 의식을 깨어나게 만들고 세상의 이치를 완전히 알 수 없지만 세상이 어떻게 흐르는지를 느끼게 한다. 

바른 생각 속에 바른 행동과 말이 나온다. 생각이 삐뚤어지면 사람의 품격은 떨어진다. 

사색을 통해 지식은 정리되고 보편적 진리에 가까워진다. 

물론 책을 통하지 않아도 사색은 할 수 있다. 오히려 다른 이의 생각이 들어오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은 문자가 탄생한 이래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자산으로 내려왔다. 

사색을 통해 정리된 사상도 책을 통해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전자책도 책은 책이지요!

종이책을 전자기기에 넣어 읽으니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영화 한 편을 본 뒤의 감동보다는 책을 읽은 뒤의 감동이 여운으로 오래 남는다. 

어릴 적에 마음의 행로라는 영화를 보고 부산에는 없는 책을 종고모에게 부탁해 서울 종로서적에서 책 잘 보는 조카를 위해 고모가 사서 보내준 책을 중학생이 숙제도 하지 않고 밤을 꼬박 새워 보고 다음 날 수업 중에 존다고 혼나고 숙제 안 했다고 혼났다. 

그러나 영화의 감동에 책에는 영화에서 나오지 않는 주인공의 생각과 모습에 취해 며칠간 사랑의 주제 앞에 사춘기 소년의 마음이 감동으로 두근거리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영화에서는 빠진 줄거리와 두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심리묘사와 갈등이 더 상세히 느껴졌다. 

영상의 압축된 줄거리에 비해 책은 오히려 내 상상을 자극했다. 영화에서 나오는 영상은 오히려 무한히 뻗어 갈 수 있는 내 상상을 가로막았다. 

책이 있는 영화는 우선 책을 본 뒤 영화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책은 상상을 자극한다. 아무리 뛰어난 묘사라도 결국 거기에 대한 생각은 책을 읽는 사람이 한다. 

인물 묘사 풍경 묘사가 아무리 정교하게 했다 하더라도 모든 완성은 책을 읽는 이의 머릿속에 상상으로 완성된다. 

책은 그런 맛이 있다. 

요즘 전자책도 메모나 밑줄을 긋는 기능이 있지만 연필을 쥐고 곧바로 밑을 치거나 여백에 메모를 하는 맛을 없다. 간혹 대학 시절에 읽었던 책에서 내가 썼던 메모를 읽어 본다. 

메모를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나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곤 한다. 그때 그 시절 나는 어쩐 생각을 했던가 하는 그 시절의 나와 마주 서서 바라보는 기분은 과거로 나를 보내는 타임머신과 다름이 없다. 


책을 읽는 취미를 가질 수 있어 즐겁다. 힘들고 모진 세파 속에서도 그래도 책을 읽고 느끼고 감동을 받은 순간 나는 마치 가상현실 속에 와 있는 착각에 빠진다. 

책은 종이로 만든다. 요즘이야 전자책이나 듣는 오디오 북이 나오지만 그래도 종이로 만든 책이 책 같은 느낌이 든다. 

종이는 나무가 원료다. 나무에서 펄프를 뽑아 종이로 가공된다. 

나무!

우리는 숲 속을 거닐 때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책은 나무에서 원료를 뽑아 만든 종이가 전부다. 

마치 책을 가까이하고 있거나 책이 가득 꼽혀 있는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마치 숲 속에 와 있는 착각이 든다. 

책!

책을 읽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왠지 책을 들고 있으면 꼰대 같다는 느낌이 든다든지 뭐 잘난 척하냐는 비아냥거림도 받는다. 

그렇지만 생각을 공유하고 머릿속에 생각이 들어오고 나가고 할 수 있는 온갖 물건 중에 책이 단연 엄지 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습관이 생겨 감사하다. 

잘 쓰지 못하는 글이지만 그 책을 읽고 그적거릴 수 있는 글쓰기에 감사하다. 

시골에서 사는 내게 도시에 사는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무료하거나 심심하지 않아?"

"아니! 지금 이대로 돈 없고 권세 없는 가난한 촌부이지만 도시 살 때보다 훨씬 좋아!"

친구는 전화를 통해 피식하고 웃는 소리를 낸다. 


나이 육십을 바라보면 뭘 욕심 낼까!

나는 책을 읽으며 책을 들으며 그 속에서 나를 만족시키며 살고 있다. 

나도 남도 그리고 우리 모두 책이 주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한다. 

책은 생각을 하게 만드니...........


작가의 이전글 사주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