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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Jul 21. 2022

사주와 음식

녹차!

뜬금없다고 말을 할 수 있다. 사주와 녹차가 무슨 관련이 있냐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일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시는 차 한 잔과 음식 하나에도 자연의 이치가 숨어 있다. 음양오행 사상을 전부 대입시키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오행에 맞게 음식을 먹는다면 먹을거리로 건강을 유지하고 살 수 있다.


사주팔자라는 여덟 글자가 木, 火, 土, 金, 水 라는 오행으로 계절과 관계가 있다.

사람의 생로병사와 사주는 깊은 관계가 있다. 사람은 자연 속에 있고 자연 흐름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세상에서 생겨나는 모든 먹을거리는 자연을 통해서 나온다. 인스턴트 식품도 결국은 자연에서 만들어진 원료를 사용하여 공장에서 생산된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한 요즘이지만 자연을 떠나서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이제 사주와 자연 인간이 어떤 관계인지 보겠다.

예를 들어 보자.

태어난 날의 오행이 木이면 火에 속하는 심장에게 힘을 주는 오행이다. 그런데 저 木이라는 오행은 위장을 말하는 土를 힘들게 만든다. 그래서 위장과 비장에 속하는 土가 木 때문에 힘들어진다면 사주로는 재물이 힘들고 건강으로는 위가 나빠져서 폐와 대장도 힘들어질 수 있다. 

혹시 봄철 맛있는 봄나물을 밥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고 하자.(글쓴이는 나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수주 오행에 土를 뜻하는 위장이 약해 먹고 나면 심한 속 쓰림이 발생한다.)

그런데 먹고 나니 속이 쓰리던가 따갑고 아픈 일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봄나물은 오행상 木에 속한다. 그런데 土가 사주에 약하면 속이 좋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녹차도 오행상 木에 분류되는 음식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위나 폐 대장이 약한 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녹차를 마시는 일이 그다지 좋지 않다. 건강을 위해서 마시는 녹차가 오히려 사람에게 독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녹차가 생산되는 곳의 사람들이 이 글을 보면 분개하고 화를 낼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사주에 木이 약한 사람은 녹차가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사람에 따라 체질은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시골에 와서 알게 된 비구니가 있었다. 나이가 중년을 넘어가시고 차분하며 종교인이 가져야 할 외형의 모습을 모두 갖추고 있고 수행도 나름 열심히 하는 분이었다. 

부처님 법을 공부하시는 분이니 음양오행을 기본으로 하는 사주 명리학에는 관심이 있지만 거의 배척은 아니더라도 잡학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인연이 닿으려고 해서 그런지 자부 얼굴을 부딪히게 되었다. 

어느 날에 비구니께서 나에게 종이쪽지 하나를 살짝 건네셨다. 

사주 명조가 적힌 쪽지였다. 한 번 풀어 보라는 말씀을 하시고 인연이 될 때 말을 해 달라고 말씀하시고 자리를 떠나셨다.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잡학 수준이라 생각하는 학문에 누군가의 사주 명조를 내밀다니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공부 삼아 열심히 사주를 풀어 보았다. 

사주를 풀다 보니 그 비구니의 사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나이 때도 그렇고 팔자에 공부 줄이 붙어 있으고 독신으로 살아야 하니 그분의 사주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A4지에 앞 뒤로 빽빽하게 적어 두고 언제 든 만나면 전해드려야지 하고 있었다. 

머피의 법칙인가! 꼭 뭘 하고 나면 사람 보기가 귀하게 된다. 

그리도 오며 가며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뵈었는데 한 달이 다 되어 가도 소식이 없었다. 그러니 자연 잊히고 종이는 노트 안에 고이 들어앉아 있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어느 서늘한 가을날이 되어 나타난 스님은 얼굴이 조금 야위여 보였다. 

뭐 사실 야위여 보였다고는 하지만 워낙 체격이 좋은 분이라(통통함을 떠나 뚱뚱하다고 말하면 될 만한 분인데 뭐 에둘러 이야기를 한다)

한 동안 보지 못했으니 안부를 전했고 비구니 스님은 어디서 공부를 하고 왔다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그 사주에 대하여 물어보기 시작했고 그냥 내가 말하느니 스님이 읽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A4지 앞 뒤로 적은 종이를 건네주었다. 

다시 전처럼 일주일에 한두 번은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었다. 

장날이면 작은 시골의 읍이니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마주친다. 그러다 보면 낮에 중국집에서 술 한 잔 하는 사람도 생기고 또 차 한잔 하기도 한다. 장날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장날에 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은 종교인이나 일반인이나 매 한 가지인 모양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안부도 전하고 돌아서려는데,

"녹차를 마시면 안 된다고 썼던 것 같은데 이해하기 힘들군요. 수행자에게는 녹차는 정신을 맑게 하고 몸에도 좋아 대부분이 많이 마시는데 사주의 주인공은 녹차를 마시면 안 된다고 하는 설명은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아시겠지만 녹차의 효능이 암과 당뇨 등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훌륭한 식품 아닐까요!"

말투는 상당히 정제되었고 상냥한 목소리였지만 어쩐지 듣는 입장에서는 질타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주를 보니 오행의 辛金 날에 태어난 분이고 겨울에 태어나 몸이 차가운 편입니다. 종교나 예술가의 소질이 보이는 식신의 기운이 강해서 金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토가 얼고 약한 상태에서 태어난 날, 즉 일주의 기운을 빼앗는 水의 기운이 강해서 위장 기운인 土가 약합니다.  그래서 土를 극하는 목의 기운이 태어난 시간에서 水의 기운을 받아 土를 힘들게 하고 그러다 보니 폐와 대장으로 상징되는 오행이 힘을 쓰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행상 木에 배속되는 녹차를 마시지 마시라고 썼습니다."

스님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녹차가 머리를 맑게 하고 공부에 도움이 되는 맑은 음식이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이었다. 

나야 보는 대로 말씀드렸으니 그뿐이었다. 

얼마 뒤 스님은 다른 곳으로 가셨다는 풍문만 듣고 뵙지 못했다. 그렇게 잊고 한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어떤 분이 찾아오셨다. 그녀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였다. 점을 쳐보나 마나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남음이 있는 모습이었다.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사주 보는 데 있어 감정이입이 되면 힘든 때가 많아 무심하게 생각했다. 신 보살 일명 무당들은 상대의 마음이 되어 감정이입을 되어 그의 상태를 점친다고 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감정이입이 되기도 한다. 아무튼 사주를 볼 줄 아는 공부를 했으니 

찾아오는 사람이겠거니 했고 그냥 상대가 먼저 말을 하기를 기다렸는데 그녀는 다짜고짜 전화기를 들고 전화를 하더니 나를 바꿔주었다. 훅 들이미는 전화기에 당황했지만 전화를 받아 목소리를 들었다. 

그때 그 비구니였다. 

자신은 폐에 암이 생겨 지금은 사저에서 요양을 하고 있는 중이고 찾아간 사람은 자기의 여동생이니 사주를 보고 뭘 먹고 뭘 먹지 말아야 하는지 아는 대로 적어 보내라고 말씀하셨다. 

나야 책으로 보고 익힌 지식이 전부였으니 책에 있는 대로만 적어 주겠다고 했다. 

여동생이 내민 사주 명조를 보니 그때 스님이 내민 사주와 같았다. 항상 어디든 적어 두는 습관 때문에 금방 알 수 있었다. 스님이 주었던 사주니 혹시 해서 적어 두었던 것이다. 

여동생에게 물었다. 

스님이 요즘도 녹차와 청국장을 자주 드시냐고 물었더니 녹차는 입에도 대지 않고 청국장도 먹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결국 폐와 대장을 상징하는 辛金을 힘들게 하는 음식을 먹지 않고 있었다. 그때는 듣지 않았던 내 말을 병이 들고서야 듣고 있었다. 참나!

나와 처음 만난 때는 나이가 아직 육십도 되지 않은 나이였다. 내가 사주를 보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말하면 입 아픈 소리지만, 죽음을 두려워하고 살고자 하는 의지가 무섭다는 것이다. 종교인이든 일반인이든 예외는 없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생의 애착은 대단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때 스님도 마찬가지였다. 삶에 대한 애착이 종교인이 무색하다 할 정도였다. 

참! 청국장은 오행 중 水에 배속되기에 金의 기운을 빼앗아 먹는 음식이라 즐겨 드시지 말라고 적어 주었다.

土와 金의 오행에 속한 음식 몇 가지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대 의학에 꼭 의지하라는 말도 놓치지 않았다. 현대 의학은 무시할 수 없는 과학임에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몸이 좋아지면 한 번 찾아와 맛있는 음식을 사주겠다고 했지만 그리 회복이 빠르지 않은지 몇 번 통화 한 뒤로는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수행을 위해 맑고 신선한 음식과 육식을 피해 살아왔던 분이었다. 내가 먹는 음식을 보고는 늘 핀잔을 주었다. 그런 음식 먹고 사주 공부가 되느냐 하면서 말이다.(내가 주로 먹는 음식은 달걀 우유 버터를 바른 빵에 된장국이나 라면이 대부분이었다.)

그분은 내가 옆에서 봐도 다른 종교인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공부하시는 비구니 었다. 

꼭 음식 때문에 병이 생겼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사주에 자신에게 맞는 음식은 찾아 먹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병원을 개업한 한 동창이 나와 가끔 이런 일로 술안주 삼아 나눈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여러 가지 병으로 죽더군. 왜 같은 병으로 죽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간, 어떤 사람은 심장 어떤 사람은 폐 또 어떤 사람은 생식기에 병을 얻어 죽을까? 생명을 다루는 공부를 하면서 생명의 신비와 자연의 오묘함이 참 신기한 듯해!"

그러면 그 친구는 항상 

"죽음은 어떤 생명체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지! 돈 많은 사람도 세상 보잘것없다고 손가락질받는 사람도 말이야!"

그리고 내 어깨를 툭치며

"도사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난 술잔을 들고 친구에게 한 잔 하자는 몸짓만 할 뿐이다. 

요즘 먹을거리는 너무 맛을 쫓아간다. TV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먹방이 많이 방송된다. 

사람의 먹을거리!

인간을 활동하게 할 수 있는 근원이며 인간을 죽음으로 향하는 길잡이다. 

사주는 결국 사람에게 맞는 먹을거리를 알려 주고 건강하게 살다가 누구나 맞이하는 마치는 시간 동안 좀 더 건강하게 살다 가라고 알려주는 작은 암호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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