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아 Feb 18. 2020

사주 이야기

신 음식을 먹지 못하는 사람

5월의 따스한 햇살이 들꽃들을 희롱하고 있다. 산 주변에는 연초록으로 물들고 있었다. 하얀 손수건을 던지면 금세라도 초록으로 물들 것 같았다. 

초록의 향연이 시작되려는 쯤의 어느 햇살 따스한 봄날에 마당에 자풀을 정리하고 땅을 고르고 있으려니 농로를 따라 건장한 체격을 가진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키와 몸을 보니 상당히 건장 해 보였지만 어딘가 처진 분위기에 힘이 없어 보였다. 점점 집 앞까지 걸어오더니 집 마당으로 들어선다. 

도시의 냄새를 물씬 품기는 남자가 그 긴 다리로 성큼 서음 다가온다. 

 대문도 없는 마당에 사람들이 들어서면 어디서 왔냐고 묻고 서로 인사를 한다

건장한 체격과는 걸맞지 않은 부드러운 서울 말씨가 갑자기 우스웠다. 그렇지만 정색을 하고 서 있었다. 

 사주를 보시는 분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하고 햇살 좋은 마당에 떡하니 버디고 있는 나무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그늘 없는 의자에 마주 앉았다. 의례 하는 말 몇 마디 던지고 차고 있던 아날로그 형 시계로 주역 점을 쳐 보았다. 

재물이나 나쁜 송사에 휘말려 있지는 않는 것 같고 몸도 꽤 건장해 보이는 사내라 병도 없을 듯했는데 점괘에서는 몸에 병이 있거나 나쁜 송사에 걸려 있다는 괘가 보였다. 

그는 사주를 보려면 뭐가 필요하냐고 하는 말을 한다. 사주를 보러 다녀 본 적이 없거나 아닌 척하는 사람들이 이 주려 하는 말인데 이 사람은 사주를 본 적이 없는 사람 같았다. 그의 얼굴이 많이 어색해 보였고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주변의 풍경에 자꾸 눈을 돌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아직은 세상을 이기고 나갈 기세가 당당한 사람이니 이렇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썩 좋은 기분은 아닐 것이다. 

사주를 보니 예능이나 체육 쪽에 일을 하는 사람 같았다. 체육도 예능에 들어가지만 체격이 워낙 건장해서 운동을 한 사람이 아닐까 지레짐작해 봤다. 

아니나 다를까 운동을 했던 사람이고 조정 경기에 관계된 일을 한다며 명함을 내밀었다. 

생년월일시를 정확하게 말을 해 주었다. 아직 부모님이 계시니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했다. 

꼼꼼히 살펴보니 사주에 나무의 기운 즉 오행 목이 강하게 나타났다. 

강한 것은 오히려 약한 것보다 못할 경우가 있다. 태어난 날이 물의 기운을 쥐고 있고 물에게 힘을 주는 금의 기운은 너무 미약했다. 도끼(금의 기운)가 나무를 좀 쳐내어야 하는데 도끼는 힘이 없고 태어난 물은 강한 나무에 빨려 들 듯 고갈되는 사주였다.

혹시 늘 피곤하냐고 했더니 그는 그렇다고 말했다. 


사주를 보면 사람의 건강과 체질도 함께 알 수 있다. 한의학에서도 사주를 체질에 대비하는 의사들도 있지만 대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사주라는 학문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동양 철학은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학문의 근간을 이루고 한의학도 그렇게 만들어졌는데 동양 사상과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사주명리학은 아웃사이더 취급을 하는 게 안타깝다.


나무의 힘이 강해서 오는 피로감이었다. 

신 음식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신 음식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신 음식은 나무 기운인 간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그 맛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간의 기운이 너무 강해서 오는 피로였다. 

다른 말은 해 줄 수 없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니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먹고 나면 기분도 좋고 피로감도 가신다고 했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맞아떨어지는 소리를 하면 주절주절 말을 많이 한다. 때는 이때다 하고 그는 그동안의 자신의 몸에 대해 이것저것 말을 많이 한다. 먹어 보지 않은 약이 없고 음식이 없었다. 

사주와 음식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신이 먹기 싫은 음식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고 먹고 싶은 음식에도 이유가 있다. 

그는 신 맛보다 매운맛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주에도 매운 음식을 다스리는 금의 기운만 힘을 받으면 사주는 딱 균형 잡힌 모습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재물 복이 크지는 않지만 먹고사는데 별 지장은 없어 보이는 사주였다. 

그 자신도 지금 하는 일을 꾸준히 한다면 크게 살면서 휘둘리는 일은 없다고 한다. 

다행히 사주를 움직이는 운도 금의 기운에 움직이고 있는 비교적 안정된 사주였다. 

그는 그동안 늘 고단한 자신에게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주의 운이 좋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니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사람들은 피곤을 느끼면 간이 나빠져서 그렇다는 생각을 가진다.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맛을 싫어하면서도 간에 좋다고 하여 억지로 먹었던 모양이었다. 

그에게 신맛을 피하고 매운맛에 관계된 음식을 먹어 보라고 했다. 흰색을 띠는 음식과 생강이나 마 율무를 차로 해서 먹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에 집중을 하라고 말했다. 사람이란 결국 자기 자신은 자기가 잘 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결국은 좋지 않다. 어디로도 기울지 않고 자신의 과한 것과 부족한 것을 알고 산다면 살아가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먹고 싶은 것에 집중해 보라고 먹기 싫은 것을 건강에 좋다는 하나의 이유로 먹으려 하지 말라는 말을 해 주는 게 전부였다. 

그도 일 핑계 삼아 와서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듣고 가니 한결 마음이 편한 모양이다.

오던 발걸음보다는 가는 발걸음이 한결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다. 


작가의 이전글 전원생활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