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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Nov 26. 2019

어머니의 요리

간장 떡볶이

어린 시절부터 위가 좋지 않아 맵고 잔 음식을 먹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속 쓰림 때문에 배를 움켜 줘야 할 때가 많았다. 

늘 김치도 물에 씻어 먹어야 하니 자연 김치도 멀리 하는 음식이 되었다. 

지금처럼 떡볶이 가게 앉아 먹을 수 있는 점포는 없었다. 떡볶이나 어묵 꼬지를 파는 곳을 손수레에 연단 화로를 두세 개 올려놓은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서서 먹었다. 중학교 다니던 그때 아이들과 학교를 마치고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집으로 가는 길에 어묵 꼬지와 떡볶이 파는 포장마차로 일제히 간다. 가끔 따 학교 친구들과 몸싸움을 하며 먹을 때 싸우기도 했지만 포장마차 아저씨의 무서운 얼굴에 모두 기가 죽어 조용히 먹었다. 

입 속에 즐거움은 잠시 뿐이고 먹고 나면 속이 쓰려 고통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떡볶이는 포기하고 어묵 꼬지 몇 개 먹고 오는 일이 전부였다. 

늘 학교에서 한두 시간 공을 차고 집으로 와 학교 숙제와 공부를 한다. 아버지가 들어오시기 전까지는 저녁을 먹을 수 없다. 아버지가 들어오시는 시간은 8시가 넘어가는 시간이고 그때까지 배가 고프지 않을 수 없다. 

질풍노도의 시절 모래알도 씹어 삼키는 때였으니 배가 고프다. 

어머니는 매운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쓰지 않고 간장을 이용한 떡볶이를 만들기 시작하신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어머니는 소고기를 갈아 기름에 살짝 볶으신 다음에 간장을 물과 섞어 끓이기 시작하신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양배추와 당근 양파를 넣고 다시 끓이신 다음 물에 불려 놓았던 떡국을 넣고 미리 넣은 야채들과 다시 버무린다. 일반적인 긴 모양의 떡이 아닌 떡국 떡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주었다. 

거기에 꿀이나 설탕을 조금 넣으면 맛있는 간장 떡볶이가 완성된다. 

깊어가는 밤 아버지를 기다리며 동생 둘과 옹기종기 앉아 맛있게 먹는다. 매운 자극적 맛이 나지 않기에 입도 즐겁고 속도 편안하다. 우리는 저녁을 먹은 샘이다. 다진 고기까지 들어간 간장 떡볶이로 저녁을 다 먹은 샘이다. 전화가 걸려 온다 늦게 들어오신다는 아버지의 전화에 어머니는 체념한 듯 우리에 천천히 먹으라 하신다. 

동생들도 어머니의 별미 떡볶이를 맛있게 먹는다. 

어머니는 손은 요술 손이었다. 늘 별미 음식을 우리에게 만들어 주셨다. 속이 아픈 자식을 위해 만들어 주시던 떡볶이는 정말 맛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간장 떡볶이는 궁중 떡볶이라는 원래의 요리법을 살짝 변형하고 응용하셔서 만든 음식이었다. 

모든 자식들은 자기 어머니가 만든 음식에 제일 맛있다.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어머니가 해 주신 음식이 맛있는 것은 비단 요리 맛 때문만이 아니라 아들이 힘들어하는 속병에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만들어주신 정성 때문이다. 

아직도 위가 좋지 않아 먹는 음식이 조심스럽지만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한 음식만큼 나의 속을 편안하게 해 준 음식을 찾을 수 없다. 


저녁 시간 아버지를 기다리면서 어머니가 해주신 그 떡볶이가 그립다. 그리운 것이 음식만은 아니다. 어머니가 말없이 해주신 정성 가득한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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