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습관

by 사랑니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딸아이가 오랜만에 집에 다니러 왔다.

부산하게 저녁을 차려 먹은 식탁 위에는 뚜껑도 닫지 않은 반찬통과 빈 그릇들이 떠 널려 있다.

남편은 소파에 앉아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반쯤은 누운 자세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고 나와 딸아이는 식탁의자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뜬금없이 딸아이가 나한테

"엄마, 글쓰기는 지금도 계속 해?"

라고 한마디 한다.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을 딸아이에게 자랑스럽게 보냈던 기억이 떠 올랐다.

"써야지"

달리 할 말이 없던 나는 이 한마디로 대화를 끊어버렸다.




내가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을 받은 건 작년 5월 중순쯤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정말 내가 무슨 문학상에라도 입상한 것처럼 기뻐하였었다.

그저 카페나 블로그에 글쓰기를 한답시고 끼적거리다가 어디 대단한 곳에라도 글쓰기 자격을 획득한 것 마냥

내 마음은 구름 위를 나는 것 같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는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을 얻을 목적으로 저녁마다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는데 합격 통지서를 받고는 나의 글쓰기는 멈추어 버렸다.

겨우 사나흘 윤여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보다가 채 마무리도 하지 못하고 대 여섯 달이나 지나 버린 것이다.

브런치 작가는 내가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나의 목표가 되어 버린 것 같다.

목표를 달성했으니 글쓰기는 내 마음 한 켠으로 밀쳐 놓고 있었다.

마음 한편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 매달고 있는 것처럼 글쓰기에 대한 부담만 가지고는 써야 되는데 써야 되는데 하면서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생각만 하면서 보내는 시간들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1톤의 생각보다 1g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 나는 늘 1톤의 생각으로 시간을 보낸다.

내가 고쳐야 할 가장 나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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