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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Jan 03. 2017

한입에 꿀떡, 살살 녹는 스테키동

스테이크만 잘 구우면 된다!

운이 좋게도, 뛰어나게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지만 언제 불러서 같이 놀아도 편한 친구가 몇 있다. 그 중 한 친구와 작년에 유난히도 여기저기를 쏘다녔는데, 올해는 아쉽게도 내가 이것저것 많이 배우러 다닌다고 잘 만나지 못했다. 스테키동은 그 친구와 함께 최근에 처음 맛보았다. 상수역 근처의 '개미'라는 식당이었는데, 대기하는 손님이 많아서 느긋한 마음으로 먹지는 못했지만 스테키동은 정말 맛있었다. 친구가 놀러오면 꼭 한 번 해주고 싶은 스테키동을 만들어 보려한다. 올해는 더 자주 만나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기를.




재료.


-스테이크용 소고기 (가운데 단단한 부분을 제거한 부채살, 살치살이 내가 좋아하는 스테이크용 부위이다)

-소금, 후추, 로즈마리 등의 허브, 올리브유, 버터 약간

-간장소스: 간장 2, 미림 2, 설탕 0.5~1의 비율로 필요할 것 같은 만큼 준비하면 된다. 남는 소스는 다른 요리에 간장소스로 활용하면 된다.

-밥

-이 외에, 스테이크를 구울 때 양파를 같이 구워서 곁들여도 맛있다.


부채살로 만들었는데, 가운데 부분의 근막인지 심지 같은 것을 다 떼 주었다.







조리법.


1) 실온에 두었던 스테이크 고기를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올리브유를 바른 후 손으로 톡톡 두드려주거나 문질러(rubbing)해준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에는 굽는 과정에서 기름 등으로 빠져나가는 소금이 많기 때문에 항상 소금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넉넉히 뿌려야 한다. 손으로 문질러주는 것은 소금이 고기에 좀더 잘 배어들게 하기 위한 것이다.





2) 고기를 팬에서 굽는다.


팬을 뜨겁게 달구고 올리브유를 넉넉하게 두른 다음 스테이크 고기를 올린다.


팬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고기가 올라갔을 때 팬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뜨겁지 않은 팬에 고기를 올리면 고기에 열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서 갈색빛으로 표면이 그슬리는 현상(마이야르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게 되어 풍미가 떨어지게 된다.


또한 약불에서 천천히 익히면 고기에서 육즙이 필요이상으로 빠져나오게 되는데 이때 마이야르반응은 커녕 제 육즙에 고기가 스스로 삶기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팬에 고기를 구울 때는 고기를 이리저리 뒤집어보면 안된다. 고기가 움직여지는 사이 불필요하게 육즙이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측면에서 보아 위 사진의 윗면의 익은 두께 정도로 아랫면이 익었을 때 처음으로 뒤집고, 그 반댓면도 마찬가지로 한다.



고기가 두꺼운 편이어서 4면을 고루 돌릴 수 있었다. 고기를 옆으로 세워 옆면도 충분히 익힌다.



4면이 표면은  완전히 익었지만 속까지 다 익기에는 2분 정도 남은 상태에서 팬에 버터와 허브(로즈마리 등)를 넣는다. 버터를 고기에 코팅하여 버터 풍미를 더하고 허브향을 입히기 위한 것이다.


쉐프들은 흔히 팬을 살짝 기울여 아래에 고인 녹은 버터를 스푼으로 고기에 끼얹는 방법을 쓰지만, 그게 귀찮았던 나는 그냥 팬에서 고기를 데굴데굴 굴렸다.


스테이크가 원하는 익기보다 30초쯤 덜 익었을 때 팬에서 꺼내 다른 그릇에 올려 살짝 기다려준다. 이것을 레스팅이라고 하는데, 고기의 온도가 낮아지는 동안 내부가 아주 뜨거울 때보다 안정되어 고기를 잘랐을 때 육즙이 너무 많이 흘러내리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굳이 '있다고 한다'라고 한 것은 이것이 진정 그런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해 논란이 조금 있기 때문이다.



3)팬에 남은 버터 섞인 육즙, 레몬즙, 간장, 미림, 설탕으로 소스를 만든다.


스테이크를 팬에서 꺼내면, 팬 포면에 육즙과 버터가 뒤엉켜 갈색빛이 되어있을 것이다. 레몬즙을 한 스푼 정도 뿌려서 갈색으로 눌러붙은 것들을 녹여서 풀어준다.(디글레이즈)



그 다음, 간장과 미림, 설탕을 2:2:1에서  4:4:1 정도로 하여 팬에 넣는다. 그 양은 본인이 몇인분을 만드느냐에 조절한다. 일인분 기준 4스푼:4스푼:1스푼이면 충분하다.


나는 이전에 간장과 미림, 설탕을 살짝 끓여서 소스화해둔 것이 있었기 때문에 간편하게 그것을 사용했다.



4) 그릇에 밥을 담고



5) 슬라이스한 스테이크를 올리고




6) 준비한 간장소스를 뿌린다.


완성!





미디엄에서 미디엄 레어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 맞게 잘 구워졌다. 사실 스테이크 굽기 정도를 설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데, 어느 정도가 자신의 입맛에 맞고, 그 정도의 식감을 내려면 고기를 얼마나 구워야하는지는 경험으로 배울 수 밖에 없다. 나는 여태까지 스테이크를 열 번 조금 넘게 구워보았는데, 불 세기가 바뀌거나 고기 두께가 평소와 다를 때 그 맛이 항상 달랐다.



고기는 부드럽지만 겉면이 노릇하여 감칠맛이 강하다. 밥은 찰기가 있어 쫀득하고 간장 소스가 달콤 짭조롬하니 맛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진부하지만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맛이랄까.



스테이크만 잘 구워낸다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요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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