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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Jan 05. 2017

어디든지 어울리는 담백한 피타 브래드

자취방에서 그리스식 한상 차리기 1


당분간 가본 적도 없는 그리스 음식을 주구장창 만들 예정이다. 이게 다 지난번 쥬키니 프리터를 만들고 남은 페타치즈 덕분이다. 일주일 정도 후에 여행을 가는데, 그 전까지 약 500g에 달하는 페타치즈를 다 써야만 한다. 정 다 쓰질 못하겠으면 수분을 닦아내고 냉동실에 얼려도 되지만, 경험상 한 번 얼렸던 페타치즈는 녹였을 때 그 고소한 맛이 한창 덜하고 어디선가 냉장고맛이 나기 마련이다.페타치즈를 쓰자니 그리스음식을  하는 것이 맞고, 그릭 샐러드나 하나 만들까하고 유튜브 링크를 따라다니다보면 이것 하는 동안 저것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식으로 욕심이 뭉글뭉글 피어올랐고, 결국은 일이 커져버렸다. 난생 처음 빵반죽을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바로, 이 귀여운 피타(pita bread)를 만들기 위해.



피타 또는 피타 브레드(pita bread)는 그리스의 전통빵으로 반죽한 밀가루를 화덕에 굽거나 팬에 굽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리스의 대부분의 음식이 그러하듯이 터키에도 피타와 비슷한 빵이 있는데 피타보다 사이즈나 용도면에서 지칭하는 범위가 넓기는 하지만 '피데(pide)'라고 하여 이름마저 비슷하다. 자기네가 원조라고 우기는 원조분쟁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따지고보면 어느 누구도 원조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피타와 유사한 빵은 지중해 및 중동 거의 전역에서 애용되고 있으며, 가장 먼 기록으로 거슬러가면 기원전 2500년 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피타 브래드 -출처: seriouseats.com


피타는 거의 모든 그리스요리와 잘 어울린다. 유명한 기로스나 수블라키에는 항상 피타 브레드가 곁들여진다. 차지키 소스 또한 피타브레드와 짝꿍 같은 존재이고, 그릭 샐러드를 먹을 때도 피타가 빠지면 섭하다.  사이즈가 아담하고 속을 갈라 주머니처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샌드위치 빵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속을 벌릴 수도 있다 -출처: foodwishes.com


샌드위치용 빵으로도 많이 쓰이는데, 요새 홍대 근처에서도 이런 요리를 파는 곳을 몇 번 보았다 -출처: pinterest

작년에 호주에 갔을 때, 'Pita pit'이라고 하여 피타로 만든 샌드위치를 전문으로 하는 체인점을 많이 보았다. 최근 홍대, 합정 근방에서도 피타 샌드위치를 파는 곳을 몇 군데 보았다. 한국에서 그리스 음식을 저렴하게 먹는 날이 멀지 않은 것일까?




사실 피타를 만든 날 내가 만든 것은 피타빵 뿐만이 아니었다. 여기다 치킨 기로(chicken gyro), 그릭 샐러드까지 더해 그리스식으로 한 상을 차렸던 것이다. 오밤중에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잘 되지 않지만, 기억해 보자면 역시 시작은 아무래도 페타 치즈였다. 쥬키니 프리터를 만들고 남은 페타 치즈를 다 써보자니 그릭 샐러드를 만들어야하고, 샐러드만 있으면 허전하니 빵과 고기도 곁들여야 하고...




한밤중의 난리 한바탕 요리를 담백한 피타 브레드 반죽으로 시작해보자.




내 그리스요리 사랑을 불태운 주범, 지중해 미남 요리사 Akis의 레시피를 따랐다.

Greek Pita Bread | Akis Kitchen

https://www.youtube.com/watch?v=KjMvpNBCR4w





재료.


밀가루 320g

설탕 1 티스푼

이스트 2 티스푼

우유 160ml

물 10ml

드라이드 타임(dried thyme)

소금 1 티스푼




조리법.


1) 볼에 설탕 1 티스푼과 이스트 2 티스푼을 넣고



우유 160ml 와 물 10ml를 함께 넣어준 후에 잘 섞는다. 이스트와 설탕이 잘 녹을 때까지 5분 정도 기다린다.


내가 산 이스트는 결정이 굵은 편이라 잘 녹지 않아서 10분 넘게 기다리며 자주 휘저어 주었다.



2) (1)과 다른 볼에 강력분 320g을 넣고 소금 1 티스푼, 타임 1 티스푼을 넣고 잘 섞어준다, (1) 또는 (2)의 볼에 올리브유 1 테이블 스푼을 넣고 잘 섞어준다.



3) (1)과 (2)를 잘 섞어서 도우를 만든다.



4) 깨끗한 표면에 밀가루를 뿌리고 (3)의 반죽을 5분 정도 치댄다. 어느 정도 탄력감이 생겨야한다.



5) 새 볼에 올리브오일을 얇게 발라서 도우가 늘러붙지 않게 한 후, (4)의 도우를 넣고 뚜껑을 덮어 40분 가량 휴지시켜준다.


사실 이때가 피타 브레드와 함께 먹을 메인 요리를 준비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6) 40분을 기다린 후, 반죽을 6 등분하여 동그랗게 말았다가 얇게 펴준다.






7) 중불에 프라이팬을 데우고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후,  얇게 편 피타 반죽을 올린다. 아랫면이 노릇하게 익고 윗면이 조금씩 부풀어오르면 뒤집는다.


반죽표면 색이 지나치게 빨리 짙어지는 것 같으면 불을 약불로 낮추어주고 천천히 굽는다.


예쁘게 잘 익었다.





인스턴트 핫케이크와 인스턴트 브라우니를 빼면 처음으로 직접 반죽을 하여 빵을 만들었다. 살짝 감격적이다.




담백하고 노릇노릇 고소하다. 하지만 이것만 혼자 먹기에는 아무래도 심심할 것 같은 맛이다.



그럴줄 알고, 반죽이 휴지되는 동한 치킨 기로(gyro)와 그릭 샐러드를 만들어 두었다!


이것저것을 허둥지둥 만들고 뒷정리까지 하다보니 어느덧 새벽 한 시. 엄마가 보고있었다면 반드시 한 소리를 하셨을 것이다.



멀게 느껴졌던 그리스의 요리가 새벽 1시에 내 식탁으로 찾아왔다.



Bon Appe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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