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팟타이를 사 먹기는 부담스러울 때
태국에 여행을 가서 태국 음식을 실컷 먹어보고자 하는 희망사항이 있다.
태국 음식을 매우 매우 매우 좋아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서 태국 음식을 사 먹기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태국에서는 하루 1만 원으로도 삼시 세 끼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한국의 태국 음식점에서는 팟타이 한 그릇에 1만 원대 초중반이다. 똠양꿍이라든지, 푸팟퐁커리 등은 2만 원을 훌쩍 넘겨버리는 가격에 책정이 되어있다. 태국여행을 한다면, 매 끼니 맛있는 태국 음식을 흡입해서 평생 먹을 치를 다 먹고 오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던 한편, 백화점에 들릴 일이 있어 지하 식료품 코너를 살피던 중 흥미로운 재료를 발견했다. 동남아 요리 시즈닝 코너에 세일되는 상품이 많았던 것. 동남아 요리의 조리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팟타이 소스와 태국 고추기름 소스를 기쁜 마음으로 업어왔다. 어차피 조리법이야 인터넷으로 배우면 되니까!
참고한 레시피는 아래의 Jet Tila의 레시피이다.
How to Make Pad Thai With Jet Tila | Asian Recipes | POPSUGAR Cookbook
https://www.youtube.com/watch?v=Ns8su84olsQ
미국에서 태국요리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군데군데에서 전반적인 태국요리에 대한 정보를 귀띔 해주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정보가 있다.
태국요리에서 가장 핵심적인 맛의 코드는 '매운맛, 신맛, 짠맛, 쓴맛(hot, sour, salty, sweet)'의 4 가지로 요약된다.
태국요리에서 신맛을 주는 대표적인 재료로는 라임즙, 식초, 타마린드가 있다. 라임즙이 시면서도 쓴맛이 있다면, 타마린드는 신맛이 강렬한 재료이다.
피시소스는 짠맛을 추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간장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다만 피시소스 특유의 신맛과 감칠맛이 있다는 점에서 간장과 차이가 있다.
태국요리에 올리브유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특유의 향과 맛이 태국요리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태국요리 중에는 볶는 요리가 좋은데 이런 요리에는 웍(wok)이 특화되어 있다. 깊고 넓어서 재료가 밖으로 튈 염려가 없고 열이 중앙으로 집중되기 때문. 웍이 없는 경우에는 깊이가 깊은 프라이팬을 쓰면 된다고 한다.
내친 김에 태국의 노점상에서 실제로 팟타이를 만드는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재료를 쉬지 않고 볶는데, 그 볶는 기술을 참고할 만하다. 단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Best Pad Thai in Thailand
https://www.youtube.com/watch?v=bp3IvlDUhrg
자, 그럼 태국 배낭여행의 꿈을 안고, 집에서 싸게 싸게 배부르게 먹는 팟타이를 만들어보자!
재료.
-쌀국수 면: 중간 정도 두께의 납작한 면을 사용하면 된다. 홈플러스에서 한 봉에 1500원 정도.
-다진 마늘 4알 정도
-건새우 1 아빠 숟갈: 자취생의 주방에 건새우가 있을 리가 없다! 아쉽지만 패스. 팟타이에 고소한 맛을 더해 준다고 한다.
-무 피클(pickled radish): 태국요리에 쓰는 재료인가 보다. 없으니까 패스. 대체할 만한 재료로는 다진 생강이 있다.
-팟타이 소스: 시판용을 쓰는 것이 제일 간편하지만 타마린드 소스와 피시 소스만 있으면 직접 배합하여 만들 수도 있다.
-숙주
-새우, 닭가슴살, 두부, 달걀: 팟타이에 자주 들어가는 단백질원들이다. 주방 사정에 따라, 기호에 따라 다 넣어도 되고 몇 개만 골라서 넣어도 된다. 실제로 태국 길거리에서 팟타이를 사 먹을 때 제일 기본형은 달걀만 들어가는 것이고, 재료를 추가할 때마다 몇십 바트씩 가격을 올려 받는다고 한다. 두부는 원래 단단하게 말린 두부를 사용하는데, 그런 것을 마트에서 찾기는 어려우므로 부침용 두부를 살짝 익혀서 사용하면 된다.
-토핑용 재료: 다진 땅콩, 크러쉬드 페퍼(고춧가루), 부추 등
요리법.
1) 두부 반 모는 얇게 썰어서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부쳐서 더 단단하게 만든다.
2) 쌀국수 면은 미리 물에 불려 둔다.
시간이 많다면 미지근한 물에 20분 이상 불리고, 시간이 부족하다면 뜨거운 물에 3분 정도 불린다. 사실 불리는 시간보다도 중요한 것은 본인이 쌀국수의 불려진 정도를 직접 살피는 것이다. 특히 뜨거운 물로 불릴 때 너무 지나치게 면을 익히게 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파스타 기준 알덴테의 느낌이 난다면 바로 뜨거운 물에서 빼서 더 이상 흐물흐물해지지 않도록 한다. 어차피 소스에 볶는 과정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3)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마늘과 pickled radish를 넣고 볶아준다.
태국식 picked radish 따위가 집에 있을 리 만무하므로, 생강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는 글을 어디서 읽고 다진 생강을 넣어주었다.
4) 닭가슴살, 새우, 두부 등의 단백질원을 (3)의 팬에 넣고 함께 볶는다.
면을 볶는 동안 추가로 익는 시간이 있으므로 완전히 다 익힐 필요는 없다.
5) 풀어준 달걀을 팬에 넣고 볶는다.
재료를 한쪽으로 치워두면 모든 재료가 달걀 범벅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6) 미리 불린 면을 넣고 면이 거의 다 익을 때까지 다른 재료와 함께 볶아준다.
7) (6)에 팟타이 소스를 적당량 넣고 잘 섞이도록 볶는다.
나는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세일 중이던 팟타이 소스를 3천 원 정도에 샀다. 저 정도 사이즈면 팟타이 5~6인분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팟타이 소스를 사지 않고 직접 만드는 것이 어찌 보면 더 전문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때는 타마린드나 피시소스 같은 동남아 요리 재료가 있어야 한다. 1~1.5인분 기준 설탕(4 tbsp), 타마린드(4 tbsp), 라임즙(1 tbsp), 식초(1 tbsp), 피시소스(1 tbsp), 스리라차 소스(1 tbsp)로 팟타이 소스를 만들 수 있다. Jet Tila 셰프는 이 비율대로 재료를 더 많이 넣어서 소스를 한꺼번에 많이 만들고 여러 번에 걸쳐서 써도 좋다고 한다.
타마린드 소스에 대한 나무 위키의 설명을 아래에 덧붙여 본다.
콩의 일종으로 분류되며 향신료로 사용된다. 주로 인도, 동남아풍의 음식에 사용된다. 태국 음식 중 대표적인 볶음국수인 '팟타이'에도 타마린드가 꼭 들어가야 한다. 타마린드가 들어가지 않고 간장이나 액젓만 넣고 볶은 국수는 '팟씨유'라고 부른다. 우스터소스의 원형인 간장 소스의 재료로 쓰였으며 타마린드가 메인이 되는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강한 신맛과 약한 단맛이 난다. 그 밖에도 그냥 먹거나 설탕에 절이거나 잼을 만들기도 하며 영양이 풍부해 먹거나 바르는 수많은 제품에 첨가된다.
-출처: 나무 위키
8) 이제 숙주를 익힐 차례. 숙주를 나머지 재료로 이불을 덮어준다는 느낌으로 덮고 익힌다. 냄비 뚜껑을 덮어도 좋다. 숙주가 다 익고 소스가 적당히 졸아들면 완성이다.
숙주는 약간 남겨서 플레이팅에 쓰면 좋다. 부추와 땅콩을 이때 섞어주어도 좋다.
팟타이 완성!
남겨놓은 숙주 약간과 크러쉬드 페퍼를 한쪽에 올려 플레이팅 했다.
다만 다진 땅콩과 부추가 없어서 허전하다. 땅콩은 집에 있는 줄 알고 장만하지 못했고 부추는 고작 팟타이 한 그릇은 만드는데 한 단을 사기 싫어서 사지 않았는데 다 만들고 나니 아쉬울 따름이다. 부추는 몰라도, 고소한 맛과 재미있는 식감을 더해주는 땅콩은 필수인 것 같다.
사놓고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었던 나뭇잎 접시를 드디어 사용해 보았는데 팟타이와 너무 잘 어울린다! 동남아 요리를 만들 때 쓰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하면서 코즈니에서 이것을 산 날로부터 벌써 반년 가까이 흘러버렸다. 앞으로 동남아 요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불끈불끈.
면은 짭조름하고 숙주는 아삭아삭하다.
식당에서 먹었던 것에 비하면 아직 서툴러서 그 감동이 덜하지만 시고 단만, 짠맛, 매운맛의 조화가 확실히 느껴진다.
사실 플레이팅 한 것은 이날 만든 전체의 반도 채 되지 않는다. 여자 둘이서 배불리 나누어먹고도 1인분 가까이가 남아 그다음 날 아침으로 먹었다. 비싼 재료인 새우가 빠져서 더 그렇기도 하지만 전체 재료비는 5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소스 1/3 1000원, 면 1/2 800원, 숙주 반 봉 1000원, 닭가슴살 한 덩이 반 약 1000원, 두부 반 모 500원) 둘이서 태국 식당에 갔으면 2만 원은 기본으로 넘었을 양이다!
태국에서 온갖 태국 음식을 맛보며 길거리를 노닐고, 쿠킹 클래스에서 태국요리를 배우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Bon Appe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