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랑일랑 Oct 28. 2016

바르셀로나의 보석, 타라고나

지중해와 빛나는 원형경기장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를 이용해 당일치기로 시체스와 타라고나에 갔다.


타라고나Tarragona는 바르셀로나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이 도시의 트레이드마크는 바로 로마 유적, 그 중에서도 새파랗게 펼쳐진 지중해를 바로 옆에 둔 로마 원형경기장Amfiteater이다.


사전에 블로그를 조사해보니 바르셀로나를 찾는 꽤 많은 사람들이 시체스를 방문하지만, 그 중의 절반 정도만 타라고나를 방문하는 것 같다.


하루만에 한 시간 걸려 시체스를 갔다가 거기서 또 한 시간 타라고나로, 다시 한 시간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저녁관광을 하는 일정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우리는 타라고나도 들러보기로 한다. 구글에서 검색해 본, 파란 바다를 곁에 둔 원형경기장의 이미지가 눈 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자그마한 시체스 기차역에서 타라고나에 가는 기차를 탄다. 시체스에서 워낙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닌 탓에 피곤해져서 자꾸만 잠이 온다. 친구가 먼저 꾸벅꾸벅 졸아버렸기 때문에 나는 잠을 참아보기로 한다.


창 밖에는 오후의 무더위에 인적이 드물어진 주택가가 스쳐지나간다. 바르셀로나 중심 지역까지 1시간이면 이를 수 있는 곳이기에 이곳이 바르셀로나 근교 베드타운 같은 것이 아닐 지 추측해 본다.  다들 무엇을 먹고 뭐하고 노는지 모를, 낡기도 하고 번듯하기도 한 평범한 주택가가 기찻길 내내 이어진다. 단독주택은 거의 없고 작은 사이즈의 아파트들이다. 태양이 뜨거운 시간이라 테라스와 창에 그늘막을 쳐둔 집이 많다. 그 동안 우리가 주로 보아왔던 관광지가 아닌 일상의 스페인이 보인다.


이어폰을 끼고 어제 산타마리에 델 피 성당Santa Maria del Pi의 기타연주회에서 녹음해 온 기타연주곡들을 재생시켜 보았다. Asturias, Fire, Recuerdos de la Alhambr 등등. 알함브라 빼고는 어제는 생소했던 곡들이 점차 귀에 익어간다.


차창 밖을 내다보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태양이 느껴진다.





주택의 행렬이 끊기면 이렇게 새파란 지중해가 펼쳐지기도 한다.




50분 쯤 지나 도착한 타라고나역은 바닷가 바로 옆에 있다. 시체스역만한 작은 역이다.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가 구글맵을 따라 역에서 나와 살짝 직진한 후, 오른쪽 오르막으로 올라갔다. 식당이 많은 거리에서 밥을 먼저 먹고 원형경기장에 가기로 했다. 시체스에서 점심을 건너 뛰고 바삐 기차를 타고 이곳까지 오느라 배가 고파졌기 때문이다.



배가 너무 고파 트립어드바이저에 있는 식당을 찾아가는 것은 포기하고 리뷰는  so-so이지만 깔끔해 보이고 가격이 적당한 이탈리안 식당에 들어 간다. 친구는 토마토 딸리아뗄레, 나는 쥬키니가 들어간 송로버섯크림소스 라비올리를 먹었다. 친구의 딸리아뗄레는 너무 익어있었지만 내 라비올리는 꽤 먹을만 하다. 7유로 치고는 나쁘지 않은 맛이다.



La Carbonara, Calle Méndez Núñez, 13-15, 43004 Tarragona, Spain




이제 힘을 내어 씩씩하게 원형경기장까지 걸어가기 시작했다. 배가 부르니 이제서야 이곳의 사람과 풍경들이 보인다. 우리가 지나친 거리에는 오래지 않아 보이는 건물이 많이 있었다. 구시가지는 이곳에서 좀 더 가야 나온다고 한다.


시체스에는 스페인, 유럽 각지에서 온 젊은 관광객들이 복작복작했다면 이곳은 좀더 차분한 분위기이다. 동양인은 한 명도 보지 못했고, 대부분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다. 특히 독일인들이 많이 보인다. 독일인들이 여름 휴가로 스페인 남부 해안도시에 많이 온다는 것이 사실인가 보다.




언덕을 내려가자 드디어 원형경기장의 모습이 보인다. 바다는 사진에서 본 것보다 더 파랗다.

나지막하게 탄성이 나온다. 생각보다 무척 편안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풍경이다.


어떻게 이런 곳에 원형경기장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그 아이디어를 낸 입안자는 자신의 생각에 스스로가 으쓱하지 않았을까.


안으로 들어가려면 따로 3유로인가 5유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굳이 들어가보지 않아도 잘 보이므로 우리는 밖에서 보기로 했다.












폐허가 파란 하늘과 하늘보다 더 파란 바다와 만난 모습





원형경기장은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












로마시대 타라고나를 재현해 놓은 모형의 사진을 구글에서 찾았다. 원형 경기장은 지금의 것보다 세 배 쯤은 높아 보인다. 알아보니 원형경기장의 돌이 타라고나에 있는 대성당을 짓는데 많이 쓰였다고 한다. 그래도 그 시절이나 이 시절이나 타라고나의 바다는 한결 같이 푸른가 보다.



로마시대의 타라고나 모형. -출처: http://www.tarragonaturisme.cat/




오랜 세월에 부서지고 쇠락한 모습이지만, 카탈루냐의 태양과 푸른 지중해 곁에서 그 모습이 황량해 보이지는 않는다.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원형경기장 근처에 있는 로마성벽의 일부와 씨르카 로마Circ Roma를 밖에서만 보고 돌아가야 했다. Circa Roma의 폐허 사이를 왔다갔다 거리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바깥에서도 빼꼼히 보인다.


Circa Roma는 로마시대에 전차 경기를 하던 장소이다.  전차경기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지하 터널과 아직도 오를 수 있는 상태의 탑이 하나 남아있다고 한다.



Circa Roma -출처: http://www.tinet.cat/


Circa Roma의 원형도 - 출처:http://classicsalaromana.blogspot.kr/



타라고나에는 원형경기장과 Circa Roma 이외에도 로마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로마수도교.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어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단다. 당연히 갈 수가 없다.

세고비아를 패스하고 톨레도를 가고, 아비뇽에서도 수도교를 놓치고, 타라고나에서도 수도교를 가 볼 시간이 부족했고, 이번 여행에서는 로마 수도교와 별 인연이 없나 보다.








원형 경기장을 둘러싼 길을 따라 내려가면 "지중해의 발코니(Balcon del Mediterraneo)"라고 불리는 길을 걷게 된다. 뭔가 거창하게 들리는 이름이지만 비누방울을 부는 남자와 그것에 열광하는 아이들만 신이 났을 뿐 차분한 분위기이다. 발코니라는 이름 그대로 난간에 기대 서서 푸른 지중해를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 아래에는 우리가 지나왔던 기찻길이 보인다.



지중해의 발코니(Balcon del Mediterraneo)




















이 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곧 타라고나 기차역이다. 내리막걸어가면서 아쉬운 마음에 원형 경기장 쪽 방향을 한 번 돌본다.






시체스가 여름 관광지로서 알록달록 화려한 모습으로 우리를 들뜨게 했다면,

한적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타라고나는 우리의 마음을 고요하게 했다.


참 아름다운 곳이다.





원형 경기장 옆 이 길을 따라 지중해의 발코니 길로 내려간다.






이제 곧 타라고나 기차역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비뇽의 다리는 왜 부서져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