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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Mar 05. 2017

10분 만에 만드는 태국식 부추 돼지고기 볶음

세상의 다양한 부추 요리 4


이 요리는 내게 숙명과도 같은 요리였다. 별 의미는  없고, 부추로 이것저것 요리하다 보니 남았던 재료와 이 요리의 재료가 딱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오늘 만들 요리는 태국식 돼지고기 부추 볶음이다. 고기보다는 부추의 양이 더 많고 맛의 중추가 되며, 피시소스와 설탕이 들어가 단순 평범한 조리법이지만 태국요리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요리이다.



원 레시피에서는 부추꽃이 있는 꽃대 부분을 사용한다. 이 꽃대 부분은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부추 잎(줄기라고 볼 수도 있고) 부분과 상당히  다르다.  나도 먹어본 바가 없는 재료여서 그 느낌이 궁금했는데, 대만에서 이를 먹어본 어느 블로거의 글에 따르면 마치 마늘종 같은 식감이며 일반 부추보다 더 단맛이 돈다고 했다.



-사진 출처: shesimmers.com


태국인들은 한국인처럼 부추의 야들한 잎 부분도 먹지만 이 꽃대 부분을 애용한다. 야들한 잎은 유명한 팟타이에 가니쉬로 올리거나, 국을 끓이거나, 태국씩 부추 떡찜을 만들 때 사용한다. 반면 이 꽃대 부분은 그 아삭한 식감을 살려 주로 볶음요리에 이용한다. 가격이 저렴하고 서민적인 재료로 여겨지는지라 유명 고급식당의 간판 메뉴로 팔리기보다는 가정식이나 학교 급식 메뉴로 큰 사랑을 받는다고.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부추 꽃대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부추를 집에서 직접 기르든가, 차이나타운 등지의 소수의 중국 레스토랑에 찾아가야만 맛볼 수 있는 것 같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부추 꽃대가 없으니 그냥 부추를 사용하기로 한다. 식감의 차이는 부추를 아주 살짝 익혀서 최소한 흐물거리지 않게 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기로 했다.



부추 꽃대 볶음은 정형화된 요리가 아닌지라 다양한 변주가 존재한다. 흔히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부추 꽃대에 곁들여 볶아먹지만, 돼지의 간을 고기 재료로 넣기도 한다고. 돼지간이라면 순대에 곁들여져 나오는 바로 그것이 아닌가! 어느 순간부터 그 야릇한 냄새가 싫어져 먹을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그 냄새를 느끼기 전까지는 양념소금을 듬뿍 찍어 잘만 먹었던 그 돼지 간. 한국인들은 순대를 먹을 때나 먹지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지는 않는데, 태국에서는 널리 쓰이는 요리 재료라니 사뭇 흥미롭다.




재료. 


-돼지고기 (또는 닭고기 또는 돼지 간!) 1/2 컵(약 100g)

-부추 1/5~ 1/4 단 정도

-마늘 세 알

-설탕 1 티스푼

-피시소스 2 티스푼


정말 간단하다!





조리법.


1. 부추는 깨끗이 씻어 10 cm 정도 길이로 썬다.



2. 마늘은 잘게 다진다.


냉장고에서 이틀을 묵은 돼지고기에 살짝 잡내가 나서 소금, 후추, 올리브유, 간장 약간으로 마리네이드 했는데, 신선한 돼지고기가 있다면 필요 없는 과정이다.



3. 팬에 식물성 기름(식용유, 카놀라유, 포도씨유) 등을 두르고 (2)의 다진 마늘을 넣어 기름에 튀기듯 익힌다. 마늘향을 기름에 입히기 위한 과정이다. 약 30초 간 마늘이 황금빛이 될 때까지 익힌다.



4. (3)의 마늘 기름에 돼지고기를 넣고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볶는다.



5. 돼지고기가 다 익어갈 무렵 피시소스 2 티스푼과 설탕 1 티스푼을 넣고 설탕이 잘 녹을 때까지 저어가며 볶는다. 부추를 넣기 전에 물을 2 티스푼 넣어 잘 섞는다.



여기서 돼지 고기양과 추가할 부추의 양을 생각해 간을 살짝 조절한다. 다만 피시소스가 매우 짜기 때문에 피시소스를 추가하고자 할 때에는 이를 감안해 아주 조금씩 더해야 한다.


 

6. (5)에 손질한 부추를 넣고, 두어 번 휘젓고 바로 불을 꺼서 부추가 흐물하게 익지 않도록 한다.





태국식 부추 돼지고기 볶음 완성!

중간중간 사진을 찍는 것만 아니었으면 10분 안에 완성했을 성싶은 요리이다.



부추 꽃대를 사용하지 못한 것이 영 아쉽다. 다음번에 만들 때는 아쉬우나마 식감이 비슷하다는 마늘종을 넣어서 만들어야겠다.




부추의 아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부추를 열에 익힌다기보다는 양념을 묻혀가며 데웠다는 느낌이 들도록  아주 살짝 볶았다. 그래서인지 부추가 아주 뻣뻣하지는 않으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정말로 단순한 요리법이지만 피시소스의 시큼 짭짤한 맛과 설탕의 달달함이 어우러져 확실히 태국요리라는 느낌이 든다.



맥주 안주로 더없이 좋을 요리이다. 집에 쟁여둔 맥주가 없었던 것이 어찌나 서글펐는지.



1500원짜리 부추 한 단을 이런저런 새로운 요리로 만들어낸다고 온갖 용을 다 썼다. 


일본식 부추 야채죽, 조스이를 만들고, 베트남의 부추 두부국을 끓이고, 중국의 부추 호떡을 만들기도 하고, 태국의 부추 돼지고기 볶음도 시도해보았다. 부추 두부국을 만든 바로 다음날 이 볶음 요리와 중국식 부추 호떡을 만들었기 때문에 아래 사진과 같이 세 가지 부추요리가 모두 한데 모일 수 있었다. 




이제 부추는 1/5 단 정도 남았다. 이 많은 요리를 해먹고도 아직 요리 하나를 더할 정도로 충분히 남았다는 것이 경이로울 정도.



다음 부추요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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