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다양한 부추요리 3
부추로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가운데 한 번 판을 키워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조리 공간이 평소보다 많이 필요해서 싱크대 주변을 확 치워버렸다.
유튜브에서 내 손에 걸려든 레시피는 '지우 차이 빙(jiucai bing, 韭菜饼) 바로 중국식 부추전이다. '지우차이유빙(jiucai you bing,韭菜油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韭(jiǔ)는 '부추 구', 菜(cài)'는 '나물 채', 油(yóu)는 '기름 유', 饼(bǐng)은 '떡 병'자를 쓴다. 만두처럼 동그란 반죽을 만든 후 밀대로 밀어 재료를 넣고 동그랗게 만 후에 눌러서 납작한 모양을 낸다.
아예 확 눌러서 납작하게 만들면 전 같은 모양이 되고 속을 알차게 넣어 김밥처럼 만 것을 또아리를 틀어 살짝만 위에서 누르면 마치 만두 같다. 진 반죽(batter)이 아닌 물컹한 반죽(dough)를 만든다는 점에서도 '전'으로 불러야 할지, '만두'로 불러야할지 애매해진다. 속에 재료를 채우고 납작하게 누른다는 점을 생각하면 '호떡'이라고 불러야할지도?
영어로는 고민할 것도 없이 그냥 단순하게 팬케이크(pancake)이다.영어에서 pancake는 범위가 매우매우매우 넓은 단어이기 때문. 동그스름하게 팬에서 지진 것은 거의 다 팬케이크의 범주에 들어간다!
부추를 넣은 전병도 인기가 있지만 대파, 쪽파, 깨 등 다양한 재료가 속재료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 지우차이빙에 얽힌 흥미로운 '썰'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중국요리가 이탈리아의 피자의 기원이 되었다는 설.
어떤 이탈리아의 유머신문에 게재된 내용으로, 중국에서 이 파전병을 즐겨먹던 마르코 폴로가 지인인 나폴리의 요리사를 조르고 졸라 만들어진 요리가 바로 이탈리아의 피자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밀가루 반죽 속에 이것저것을 넣어보려다가, 안 될 것 같으니 아예 재료를 반죽 위에 올려서 구워버렸다고. 이 요리사가 나중에 고향 나폴리로 돌아가 식당을 차리고 이 요리를 팔았는데, 그래서 나폴리가 피자의 중심지가 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근거가 부족한 설로, 반대가 되는 증거가 오히려 더 많다. 예를 들어 '피자'라는 단어가 남아있는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서기 997년의 것으로, 마르코 폴로가 태어나기 250년 전의 기록이다.
'파스타의 중국 국수 기원설' 등은 사실로 보는 분위기이지만, 피자의 경우는 중국 기원설이 먹히지 않는가보다.
피자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시시하지만 이렇게 종결짓고, 마르코 폴로가 먹고 반했다는 '썰'의 주인공, 중국식 부추호떡을 만들어볼 차례이다.
재료.
(반죽)
-밀가루 2.5 컵
-뜨거운 물 1 컵
-소금 1/2 티스푼
-반죽에 식물성 기름 3 밥숟갈
(속재료)
-삶은 달걀 2개
-부추 1/4~1/5 단
-(선택) 다진 버섯 3 밥숟갈
조리법.
1. 소금 0.5티스푼을 넣은 밀가루 2.5컵에 뜨거운 물 한 컵을 조금씩 넣는다. 사실 나는 끝에 가서 반죽이 진 느낌이 들어 밀가루를 많이 덧입혔는데, 아예 뜨거운 물을 한 컵 대신 2/3 컵으로 줄여서 넣는 게 더 안전할 것 같다.
반죽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손으로 치댄다. 어느 정도 탄력감이 생겼다면 식물성 기름을 표면에 바르고 젖은 천으로 뚜껑을 덮은 볼에 넣고 30~60분 정도 기다린다.
2. 달걀 2 개를 삶고, 부추와 버섯도 잘게 다진다.
3. (1)의 반죽을 살짝 눌러 8 등분을 한딘.
4. 속 집어넣기(통통한 부추호떡)
밀대로 (3)의 반죽 한 조각을 터지지 않을 정도로 얇게 밀고 부추, 삶은 달걀, 버섯 등의 속을 올린다.
5. (4)의 반죽을 길게 말아서 속재료가 잘 들어가도록 한다. 양 끝쪽은 살살 돌리고 눌러서 잘 다물어지게 한다.
6. (5)의 길다란 반죽을 또아리를 틀듯이 꼰다. 이때 잘 붙지 않으면 식용유와 밀가루를 1:1로 섞은 끈끈한 반죽을 약간 만들어 이것을 살살 바른 후 붙인다.
반죽의 또아리가 풀어지지 않을 정도가 되면 위에서 살짝 눌러 약간 납작한 모양을 만든다.
7. 속 집어넣고 납작하게 누르기(납작한 부추 호떡)
(3)의 반죽 한 조각을 밀대로 밀어 얇게 편 다음, 부추를 올려서 (5)번과 (6)번의 과정을 거친다. 또아리를 튼 반죽을 밀대로 다시 밀고, 다시 또아리를 만들어 밀대로 민다. 이런 식으로 겹을 만들면 구웠을 때 바삭한 층이 생기게 된다. 나는 힘이 들어서 (5)와 (6) 과정을 한 번만 반복했다.
8. 부추 호떡 8 덩어리 완성!
9. 중약불로 달군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8)의 부추 호떡 반죽을 올려굽는다. 한 면만 타지 않도록 지켜보며 뒤집는다.
식용유의 양에 따라 바삭고소한 부추 호떡이 될 수도 있고, 다소 담백한 맛의 부추전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식용유를 적게 두른 편이었는데(1 밥숟갈 정도) 기름을 조금 더 두르면 식감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9. 양면을 골고루 익힌다.
도톰한 종류는 납작한 종류보다 익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니 자주 뒤집어가며 추가로 더 익힌다.
8개의 부추호떡 완성!
만두 한 번 안 빚어본 내가 고작 부추 반 단이 남았다고 이런 요리까지 할 줄이야.
영상으로 볼 때는 쉬워보였는데, 만들다보니 속을 만드는 품이 적게 든다뿐이지 만두 만들기와 다를 바 없이 푹 지쳐버렸다.
간장, 식초, 피쉬소스, 부추, 홍고추를 섞어서 양념도 준비했다.
먼저 납작한 녀석을 먹어보았는데, 살짝 쫀득하면서도 겉은 바삭하고 부추향이 확 나는 것이 딱 내가 원하던 맛이었다.
통통한 녀석의 경우는 일단 속이 상대적으로 알차기 때문에 느낌이 다르다. 이쪽은 확실이 만두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난다.
다만 한 가지, 또아리 모양을 틀 때에 반죽 양 귀퉁이에 밀가루가 뭉치게 되었는데 그 부분이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쪽 부분의 피를 좀 더 얇게 만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장에 찍어 먹으니, 상을 차리고 사진을 찍으면서 납작한 것, 통통한 것 하나씩 두 개를 헐레벌떡 해치워버렸다. 제대로 차리고 먹기도 전에 배가 불러온다.
덕분에 재미난 반죽 성형법도 배우고, 유익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