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오랜 시간 몰두할 때, 혹은 집중하고자 할 때 나를 가장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시간 그 자체인 것 같다. 성과를 선물하는 동시에 철저한 제한으로 감정을 건드린달까. 대충, 시간이 너무 없다는 얘기다.
어젯밤 막내를 재우고 모처럼 브런치스토리를 산책했다. 졸리지만, 그 시간을 놓칠 수 없다.
내 취향대로 글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상세검색기능이 없다는 게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태그가 좀 더 다양하면 좋으련만... 하긴, 내가 글을 쓸 때에도 이 생각을 자주 했었다. 저출산시대에 칭찬 좀 받고 싶은 내밀한 욕망을 담아보려던 "다자녀"도, "저출산"도, "학부모"도, 브런치스토리에서는 태그로 쓸 수가 없다. 없다는데 어쩌겠나. 불만은 마음속 딱지만 붙여놓고 조용히 가던 길이나 거닐어본다.
관심작가를 시작으로 구독자, 라이커(?)님들의 피드를 방문했다. 알림이 와도 바로 읽지 못했던 애정작가님들의 글엔 좀 더 오래 머무르며, 수많은 참견거리 중 어떤 부분이 가장 정중한 댓글이 될까 고민해 본다. 약간의 고민이 또 하나의 짧은 글이 될 땐 희열도 느끼지만, 글이 아닌 마음을 읽었을 땐 표현할 도구가 글밖에 없음이 아쉽기도 하다. 적잖은 슬픔을 토해낸 글에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말도 글도 소용없다 느껴질 때, 누군진 모르겠지만 한 번만 등을 만져줬으면 싶을 때, 아무것도 못할거면서 다음 글로 건너가지도 못할 때. 타인의 삶을 마주하는 건 눈이 아닌 나의 삶이란 걸 느낀다.
나와 연관점이 없는 초면의 삶을 이어 만나본다.
이 여자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독립투사였을까. 아니라면 돈이 엄청나게 많을까? 부럽다. 아니, 이 청년은 젊은 나이에 속이 참 깊구나. 많은 응원을 받았으면 좋겠어. 이 사람 참 배알이 꼬였네, 이게 화낼 일인가. 역시나 많은 공감을 받진 못했군.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글 위에 제멋대로 생긴 감상과 못된 평가가 이어진다. 글로 태어나기까지 무수한 고민을 했을 수도, 아파오는 통찰도 했을 일이지만, 그런 걸 이입하기엔 오밤중의 정신이 흐릿하다. 이래서 맑은 눈으로 글을 읽어야 한다. 내가 뭐라고 타인의 귀한 삶을 논하나. 그러고 보니 사실 나는 잘 쓴 글로 글쓰기를 배우고 싶기도 했는데, 어느새 문체분석은 온데간데없고 고객 없는 방문상담사가 되어있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싶어질 때쯤 시간을 확인한다. 아, 속절없이 감기는 눈이 입력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시간이 멈추고, 나는 글을 읽고, 아들은 키가 자라는 딱 세가지만 동시에 이뤄지는 꿈을 꿔본다. 미지의 세계는 밝을 때 산책하는 걸로. 그렇지만 시간은 항상 "벌써"가 있고 말겠지. 몇 개 남짓한 글을 읽으며 생각해 낸 문장과 소재는 아예 까마득한 곳에 두고 와버려 도무지 찾아지지가 않는다...
어젯밤 잠들기 직전, ‘내일은 브런치의 모든 글을 읽고 싶다는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어떻게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