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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리 Aug 04. 2022

직업은 과정일 뿐

진짜 찾아야 할 것은 직업이 아니야

출처: @ins.note

"안녕하세요, ~라고 합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면 쓰이는 당연한 포맷들이 있다. 첫째, 이름을 이야기한다. 둘째, 소속을 이야기한다. 00 학교 00 학과를 다닙니다, 혹은 00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와 같은 말. 셋째, 나이를 말한다. 학생 때는 학년이나 학번으로 대표되고, 덧붙여 나이를 말하고는 했다. 그리고 넷째, 하고 있는 일을 말한다. 특히 돈을 벌고 나서부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속이나 나이 대신 자신의 직업으로 자신을 소개하곤 한다.


이 당연한 자기소개의 포맷에 종종 이상함을 느끼곤 한다. 학생 때에는 소속을 말한다는 게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특히 원하던 과를 온 것도 아니었어서 한 때는 이 학과를 다닌다고 소개하는 게 거북하기도 했다. 학년, 학번이나 나이를 말하는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다. 이것들이 정체성과 무슨 관련이 있나 싶었지만, 이런 걸 따지는 건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다. (긍정적이라고 생각되는 건, 요즘은 오히려 나이를 첫 만남에 얘기하는 경우가 없는 것 같다. 어떤 회사를 다니는지 묻고 말하는 문화도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아무튼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소개하는 일은 여전히 어딘가 기이한 감정을 준다. 최근에 이상하다고 느낀 건 '직업'에 대한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본업이라는 것은 그만큼 그 일에 시간을 많이 쓴다는 뜻이니까 직업을 이야기하는 게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해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 혹은 지금 돈을 버는 일이 과연 얼마나 그 사람을 규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 직업을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 직업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얼마나 규정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직업은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직업' 그 자체가 오랜 기간 나를 괴롭힌 단어여서 일 지도 모른다. 오랜 기간 '꿈의 직업' 같은 게 존재한다고 믿어왔고 그런 직업 한 가지를 찾아서 온 열정을 다해 집중하며 사는 모습을 꿈꿔왔다. 주변 친구들에 비해서도 유달리 직업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것 같다. 진로 고민으로 심리 상담도 받고 자주 우울해했다. 안타깝게도 꿈의 직업은 찾지 못했고 어쩌다 보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살고 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삶은 꽤 편안하다.


마음이 이렇게나 오랫동안 편했던 적이 있던가. 이런 게 꽤 오랜만이라 이유가 좀 궁금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고, 하는 일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데 왜 마음은 편안할까? 사실 살펴보면 마음이 좋을 이유는 크게 없다. 여전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 만족스럽지 않아 이직도 하고 싶고 진로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자주 내가 부족하게 느껴지고 더 나아지고 싶다. 꿈의 직업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런데 왜 편안하게 살고 있을까? 이전에는 진로 고민으로 심리 상담도 받고 자주 우울해하던 나였는데 말이다.

그 답을 승희 님의 인스타에서 찾았다. "직업은 과정일 뿐"


요즘 대학생 때보다도 꽤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한다. 회사에 나가고, 헬스와 테니스를 하고, 친구들과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하고... 부담 없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실험하는 한 해를 만드는 게 올해의 목표였던 만큼 뭐든 하자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하고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 실험의 기간을 통해 내게 맞는 직업을 찾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결국 '직업은 과정일 뿐'이라는 가르침이다. 여전히 꿈의 직업은 찾지 못했지만 이전보다 오늘의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 어떤 방향인지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꼭 수입을 만들고 있는 일이 잘하고 좋아하는 완벽한 일은 아니어도 된다.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알면 된다. 꿈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는 말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는 기분이다.


여전히 나는 자주 초조하고, 그럴 때면 다시 꿈의 직업을 찾고 싶어 진다. 하지만 내가 진짜 찾아야 할 것은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향일 거다. 잊지 말라고 미래의 나를 위해 오늘의 글은 써본다. 직업은 과정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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