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일리 Jul 16. 2023

스마트팜 회사가 도산공원에 힙한 카페를?

식물로 우주를 만들다, 식물성

언젠가부터 인스타그램에서 푸릇푸릇한 식물이 마치 우주정거장에 있는 듯한 인테리어의 카페가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눈길을 끄는 비주얼이기는 했지만 요즘 워낙 특이한 컨셉의 카페가 많다 보니 좀 독특한 카페구나, 하고 지나쳤다.

제대로 관심이 갔던 건 이 카페를 본 지 한참 지나 다시 도산공원에서 갈 카페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블로그에서였다. 이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를 운영하는 곳이 바로 스마트팜 회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 회사가 도산공원에 힙한 카페를?


올드한 느낌의 농업을 트렌디한 카페에 담아내는 기획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엔씽의 웹페이지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출처 : 엔씽 공식 홈페이지

식물성은 '지구와 화성 사이에 위치한 신선함의 별'이라는 뜻으로 앞으로의 미래에 더욱 중요해질 채소의 가치를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흔히들 미래로 비유되는 화성이라는 상징적인 공간과 현재 우리가 존재하는 지구의 사이에 '식물성'이 존재한다는 게 식물과 채소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출처 : 엔씽 공식 홈페이지

그럼에도 분야는 많이 달라 그냥 F&B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전 세계 농장을 짓고, 언제 어디에서나 신선한 먹거리를 공급한다. 그곳이 화성일지라도.'라는 엔씽의 미션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런 미션을 '우주적인 연출, 수직 농장 쇼룸, 직접 재배한 채소로 만든 시그니처 메뉴를 한 곳에서 경험'을 통해 풀어낸다니, 어떤 모습의 카페일지 궁금했다.


튼튼한 why에 세심한 how가 더해지다


카페를 들어서자마자 역시 눈을 사로잡는 것은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우주를 컨셉으로 잡은 만큼 마치 새로운 행성에 온 듯한 독특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 요소가 많다.

실제로 인테리어 관련해서 디자인 어워드를 받기도 했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히 미적인 요소만 채운 곳이 아니라 '브랜드 쇼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 식물을 재배하고 있는 모습을 카페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배치해 두고, 바 테이블에 앉으면 식물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식물성이라는 이름처럼 식물로 둘러싸인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카페 메뉴 역시 바질 소르베, 바질 토마토 에이드 등 채소로 만든 시그니처 메뉴가 많다.

그리고 시그니처 메뉴를 주문하면 이렇게 직접 재배하는 식물에서 따서 바로 메뉴를 만들어주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카페 곳곳에서는 농업과 관련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메인 코너로 수경재배한 각종 채소들, 그리고 그 채소로 만든 샐러드를 구매할 수 있다. 특히 각 채소마다 자세한 맛과, 잘 어울리는 요리도 함께 쓰여 있어 섬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한편에는 수경재배 키트와 각종 특이한 농산물이 굿즈와 함께 구비되어 있다.

참외, 사과, 토마토 등 과일도 마치 그로서리처럼 판매하고 있고, 카운터에서 손질까지 해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렇게 카페 곳곳에 농업에 대한 진심이 느껴져서일까, 벌써 이 카페가 힙의 중심 도산공원에서 버틴 지도 2년이 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식물을 디자인으로서만 활용한 예쁜 카페였다면 더 빠르게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요즘 많은 브랜드에서 F&B 공간에 진출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진짜 중요한 건 유행이 아니라 그 공간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공간에서 어떻게 스토리를 풀어나가느냐다. 튼튼한 why를 바탕으로 한 세심한 how 가 기획될 때 하고자 하는 바가 온전히 전해진다는 걸 식물성을 보며 다시금 되새겨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팝업스토어에서 찾은 기획 포인트 모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