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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리 Aug 11. 2022

몸에 새겨진 성격


잘하지 못해도 오히려 재미있는 것이 있다. 내게는 운동이 그렇다. 몸을 쓰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다채롭게 즐거워진다. 맨날 앉거나 누워만 있다가 몸의 온 감각에 집중하고 있자면 그것만으로도 새롭고, 몸에 집중하며 머리가 비워지는 게 너-무 좋다. 오늘도 마음이 답답했는데 테니스를 치고 자전거를 타니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더라.


아무튼 그래서 해가 지날수록 하는 운동 종류와 빈도도 늘어나고 있다. 재작년에는 필라테스, 작년에는 헬스, 올해는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 세 가지 운동의 매력이 너무 달라서 다 하고 싶지만 그럴 시간, 재력(ㅎㅎ)과 체력은 되지 않아 요즘은 테니스와 헬스를 한다. 신기한 것은 분명 다른 운동들인데 공통적으로 듣는 피드백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힘 빼기'. 신묘하게도 테니스를 치던 필라테스를 하던 '힘 빼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며칠 전만 해도 테니스 코치님한테 '그렇게 그립 세게 잡으면 손목 다친다고!'라는 말을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어디 그립뿐인가, 어깨는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헬스장 관장님은 끙끙대고 있는 나를 볼 때마다 '힘! 긴장 푸세요!'라며 어깨를 툭툭 치고 가시는 게 일이다. 필라테스를 1년 넘게 해도 어깨에 힘을 빼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얘기를 들을 때마다 힘을 적당히 빼자라고 다짐하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이럴 때 보면 몸에도 성격이 새겨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효리가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은 오랜 시간 어깨가 뭉친 채 살아왔는데 그게 사실은 마음이 무거워서 그랬던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 또한 뭐든 힘을 내서 전속력을 다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려서 어깨도 팔도 꽈악 긴장을 할 줄만 아는 것은 아니려나. 사실은 힘을 빼고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데 말이다.


힘 빼기 말고도 코치님에게 자주 듣는 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급하게 생각하지 않기'. 테니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코치님은 "성격 급하지?"라고 물으셨다. 어떻게 아셨는지 흠칫하고 놀라서 물으니 몸짓에서 다 보인다고 했다. 성격 급하게 팔이 앞으로 마중 나와 있지 말고, 여유 있게 한 번에 쭉 스윙을 해야 한다고 첨언을 하시며 말이다. 운동할 때도 성격 나오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원래 성격이 이렇다고 계속 힘을 잔뜩 주기만 하고 급하게 움직일 수는 없는 법. 몸을 더 잘 쓰기 위해서 최대한 불필요한 곳에 힘을 적절히 빼고 나의 템포로 여유롭게 마음을 가다듬어본다. 이래서 운동을 하는 건 몸을 단련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마음도 수련하는 것이라고 하나보다. 운동할 때도, 삶에서도 늘 나의 템포로 적당히 힘을 뺄 줄 알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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