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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Dec 24. 2021

경제관념이 없습니다만...

40대에 겨우 눈떠가는 돈맹이 이야기

6살 어느 여름날이었다. 

"애기 엄마! 잠깐 나와볼래요?"

"무슨 일이세요?"

"저기 있는 저 꼬마가 이걸 가져와서는....."

아주머니께서 내민 건 방금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낸 돈이었다.

그걸 본 엄마는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셨다. 

이유는

가짜돈이었다.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장난감 동전!

그 돈으로 현실에서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머니가 가시고 엄마께 꾸중을 듣고 그 돈은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 

돈맹이였다. 



"지금부터 모두들 눈을 감으세요."

교실 안의 아이들은 모두들 자리에 앉아 조용히 선생님의 말씀을 따랐다. 

"선생님만 알고 비밀 지켜줄테니깐 가져간 사람은 조용히 오른손을 드세요."

눈을 뜨고 보고 싶었지만 그러면 정말 내가 범인이 되어 버릴 것 같아 숨죽이고 이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초등학교 2학년때였다. 

학교에서 정기저축을 들어주던 시절이다. 매달 얼마씩을 가져가면 통장에 넣어준다.

아버지는 5천원짜리 두 장을 건네며 가져가서 저금을 하라고 하셨다. 그때가 80년대였으니 적지 않은 액수였다. 

쉬는 시간 앞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저금하려고 들고온 돈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 순간, 가방을 열어 두 장 중 한 장의 5천원권을 내밀었다.  친구는 이걸 왜 주냐고 물었다. 나는 두 장있으니깐 한 장은 너가 가져도 된다고. 돈맹이 맞다.

이 일이 교실소동의 발단이 될 지는 몰랐다. 

담임선생님이 조용히 부르신다. 돈을 가져간 사람이 너냐고 물으신다.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선생님은 확신에 찬 목소리 톤이었다. 

돈을 가져가서 미안한 마음에 친구를 준 것이 아니냐고 물으시는데 너무나도 억울했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이유없는 호의는 베푸는 것이 아니라고....

돈맹이가 하나는 건졌다. 

교훈이라는 것을..




"이제부터 당신이 통장 관리해."

"야호~~!! 진짜 내가 관리해도 되는거지?"

남편에게 월급통장을 건네받았다. 

결혼하고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각자 벌어 각자 생활하던 습관이 30년 이상 잡힌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경제권을 넘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년쯤 지나 이 여자를 믿어도 되겠다는 뭐 그런 가족믿음 같은 것이 생긴 것일까? 통장을 넘겨줬다.

기쁜 마음에 큰아이 병원에 가는길에 ATM기계에 들렸다. 

통장안에 얼마나 많은 돈이 있을지 궁금했다. 

30대 후반이었던 남편은 나름 직책도 있었고 월급도 적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동안은 월급을 얼마나 받는지 어디에 어떻게 나가는지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고 지냈던지라 

은행기기 앞까지 가는데 부푼 기대감에 세상을 다 가진 마음이었다.

찌릭찌릭찌리리리리 드드드드드듣...

'얼마나 많길래 이렇게 오랫동안 인쇄소리를 내는 거지...'

드디어 통장이 나왔다. 흐흐흐

640만원...

"와~!!"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저녁에 고기를 먹을까? 아님 쇼핑이라도 하고 갈까? 

돈을 보고선 물만난 고기마냥 어떻게 쓰면 좋을지를 요리조리 궁리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 월급이 괜찮았구나. 결혼 참 잘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고맙다고 짧게 인사를 했다.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있어서 좋았다고. 

남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저 표정. 왠지 불길했다. 


"그런데, 오빠 있지...640앞에 ( - ) 이건 무슨 의미야? 왜 - 640이야?"

"어....그거.....그게 뭐냐면..."

마이너스 통장이었다. 

서른이 넘도록 마이너스 통장을 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해 무지했다.

교육을 배운 적도 없고 용돈을 체계적으로 받아본 적이 없었다.

돈을 어떻게 쓰고 모아야 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관념도 잡혀있지 않았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며 돈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도 현실을 현실스럽게 다가가게 하는 것 같아 이상적인 삶을 꿈꾸는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서른이 넘도록 그랬다. 

돈이 현실이 되야 이상적인 삶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결혼하고서야 뒤늦게 알았다.   



지금 아이들은 남편이 직접 경제교육을 시킨다. 용돈 관리부터 투자까지..

경제관념은 어릴 때부터 키워주는데 맞다는게 남편의 생각이다. 

그에 나도 같은 생각이다.  


경제관념이 없습니다만 배워보려 노력 중입니다. 



미리미리 돈공부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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