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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Dec 26. 2021

남의 눈에 꽃이 되거라.

 

“안녕하떼요.”

“어..그래..나한테 인사한 거니?”

“네, 하부지 안녕하떼요.”

“그래, 아주 예쁘구나. 너는 나중에 크게 되겠다.”     

     

일하러 나가는 엄마를 대신해 태어난지 14일이 되었을 때부터 4살 막둥이는 외할머니 손에 컸다. 

그래서인지 막내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좋아한다. 어디를 가든 할아버지, 할머니께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가끔은 귀가 어두우셔서 아이의 인사말을 못 들으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럴 땐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까지 한달음에 뛰어가 얼굴을 들이대며 인사를 한다. 

막내는 가끔 낯선 할머니의 손을 덥석 잡거나 두 팔 벌려 안아드리기도 해서 당혹스러운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막내에게 어르신은 친근하다.

자신을 보호해주고 사랑해주는 존재이다. 

외할머니에게 받은 무한한 사랑이 세상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모두 그러한 존재로 인식하게 해준 듯하다.     

큰아이들에게 어른을 뵈면 인사부터 하라고 어릴 때부터 이야기하곤 했다. 

셋째아이는 일하느라 바쁘게 지내 교육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알아서 어른들에게 인사를 먼저 하는 아이로 자라주고 있어 기특한 마음이다.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에게도 인사는 민감하리만큼 철저하게 시킨다. 

교사가 먼저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한국은 손아래가 손윗사람에게 인사를 먼저 해야 하는 문화가 아닌가. 

어딜 가서든 인사를 먼저 건네서 손해 볼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친자식이나 친자식같이 품은 공부방 아이들도 어디에서든 예쁨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친정엄마께서 가끔 천방지축으로 행동하거나 예의 없게 구는 손자손녀에게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

이 말은 엄마의 엄마, 외할머니께서 엄마께 해주신 말씀이라고 하신다.

“남의 눈에 꽃이 되거라.”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흘려들었는데, 듣고 난 이후에 뇌리에 남아 가끔 되뇌는 문구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살기를 원하는 마음을 전한 것은 아닐까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들도 어디서든 타인에게 사랑받고 자라주길 바란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포용하는 힘이 있다. 타인을, 그리고 세상을...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전화 예절에도 민감한 편이다. 

오랜만에 보내오는 문자나 카톡 메시지에 인사말은 건너뛰고 본론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바쁜 일상 속에 여유가 없는 마음은 이해한다. 

그래도 “안녕하세요.” 이 한마디에 서로의 마음이 오고 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메시지’가 훅하고 들어오면 당혹스럽다. 

아니, 어떤 때는 별말이 아닌 데도 곱지 않게 읽히는 경우도 있다.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말에는 여러 마음이 담겨있다. ‘무탈하신가요?’, ‘별일 없으시죠.’, ‘오랜만에 봤는데 건강은 괜찮으시죠?’, ‘처음뵙겠습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잘지내시는지요.’ 등등....      


                                  


크리스마스인 오늘 장난감가게 앞에서 주차안내를 하고 계시는 어르신을 만난다.

 어김없이 

“안녕하떼요?”     


‘아버지가 계셨으면 얼마나 예뻐하셨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5년 후에 태어난 아이다. 

얼굴도 한번 본 적 없는 외할아버지 외모를 빼닮은 막내는 자라면서 하는 행동마저 아버지를 연상시킨다. 

아버지의 선물 같은 아이다. 


'아버지, 안녕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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