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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Dec 23. 2021

우리 아이들의 ‘시간도둑’을 찾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숙제를 못했어요."

   

“지유야, 숙제 가져오세요.”

“못해 왔어요.”

“응? 이유를 말해줄래?”

“시간이 없었어요.”

"..........................."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동네 작은 공부방교사를 4년째하고 있다. 매일 한 두 페이지 정도의 숙제를 제출하고 검사하는 것이 수업시작의 시작이다. 10명의 아이중 절반가량은 모두 같은 이유로 숙제를 해오지 않는다. “시간이 없었어요.”

장난끼 많은 성격의 교사는

“너희가 돈을 버니, 아이를 키우니, 집안일을 해야 하니, 공부만 하면 되는데 도대체 왜 시간이 없다는 거지?” 농담을 던지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다.

도대체 우리 아이들의 시간을 빼앗는 ‘시간도둑’은 누구란 말인가?     

“선생님, 저 오늘 너무 우울해요.”

“진이가 왜 기분이 안 좋을까?”

“학교 수업 마치고 여기에 바로왔잖아요. 그리고 또 학원이 있어요. 그런데 오늘 또 다른 학원을 알아보러 가신대요.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아요.”

“응...그렇구나..그럴 수 있겠다.”

수업시간에 늦으랴 헐레벌떡 뛰어오른 아이들은 신발도 채 벗기 전에 자신의 스케줄이 더 빡빡하다고 앞다투어 말한다.

“너 뭐뭐하는데?”

“나? 공부방에 피아노에, 이거 끝나면 태권도 있지, 아! 그리고 논술도 해.”

“에~~게~~~..그것 밖에 안돼?, 나는 미술에다가 코딩도 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끼어들어,

“자~자~ 여러분..이제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숙제 가져오시죠.”

들으면서도 숨이 막힌다. 아이들이 시간이 없을 만도 하다.

‘도대체 집에 몇시에 가는 거지? 뛰어놀 시간은 있는 것일까?’

하교 후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안쓰럽기도 한 상반된 마음이 교차한다.   


   


시간도둑을 찾은 것 같다. 거기에 나도 일조하는 사람이었다.      

사교육현장에 있으면서도 학원시간에 쫒겨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본다. 친구들과 충분히 뛰어놀 시간도 있었고, 책을 읽을 시간도 충분했다.

시골출신이어서 도시에서 자란 분들의 생활이 어떠했을지는 솔직히 모른다.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해봤지만 그것도 극히 국한된 사람들의 이야기라 일반화시키기는 힘들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학업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요즘 아이들이 더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자율성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스케줄로 채워진 것들은 자율성을 침해받고 해야만 하는 숙제들처럼 느껴질 것이다. 시간을 빼앗아가는 존재, ‘시간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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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부모마음이 비슷할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외에도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 싶은 것은 어떻게든 보내고 싶다. 아이셋을 키우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서 배우는 주체는 아이들이다.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받지 못하는 배움은 흥미와 동기를 유발하기 힘들 것이다. 실제로도 아이가 원해서 공부방을 찾아온 경우와 엄마손에 이끌려 오는 아이들의 학습성취도는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하지만 어려운 이야기이긴 하다.

아이들에게 의사를 물어보게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NO~!라고 할게 뻔하기에 의논하지 않고 등록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사교육에 보내는 주된 목적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도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다니고 있는지 한번 쯤은 물어봐주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자율성이 빠진 판단이나 결정은 무력감을 안겨주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힘들 수도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배움)이 무엇인지 논의해 볼 수 있는 그런 가정들이 많이 늘기 바란다. 그런 다음 무엇이 부족하고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하길 원하는지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도록 하는 연습을 시켜주자.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일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감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저학년이라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당연시 되는 익숙한 광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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