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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Dec 22. 2021

새벽 5시 30분 책상에 앉는 아이

둘째, 민성이 이야기. 너를 보면 내모습이 보여...

새벽 5시 30분
부스스 눈을 비비며 책상앞에 앉는다
이 아인 아직까진 피터지게 경쟁이라는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초등 2학년이다.




늦은 오후 시간, 엄마가 들어오셨다.

"와 ~집을 이렇게 깨끗하게 청소해뒀구나."

엄마가 기뻐하신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왜냐하면 엄마가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유진아, 유치원가자."

"안돼, 오늘은 동생 봐야해. 엄마가 일가셨거든."

병설 유치원을 다녔던 나는 유치원 졸업사진이 없다.

유치원 졸업을 하지 못했다. 분명 입학식은 했는데 졸업은 하지 못했다. 유치원 중퇴? 그런 건 아닌데 뭐라고 설명해야 적당할지.....

맞벌이를 하고 계셨던 엄마는 2살, 5살 터울인 동생을 이제 겨우 7살이된 큰딸에게 맡기고 일을 나가셨다.

그 큰 딸이 바로 나다.

새벽같이 나가시는 엄마를 대신해 2살배기 막내동생에게 우유를 타먹이고 업어서 재우는 일은 내몫이었다.

나는 언제부터 일찍 철이든 어른아이였을까를 생각해보면 이때쯤부터였던 것 같다.

동생은 귀여웠다. 아기를 좋아했기도 했던 힘든 내색하지 않고 동생들을 돌봤던 것 같다. 지금도 엄마가 그 말씀을 꺼내시면 기억을 더듬어보곤 한다.

유치원에는 놀거리도 풍부하고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일주일에 서너번 출석을 하는일이 잦았고 어쩔 때는 한달 내내 못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친구가 찾아왔다. 유치원을 결석이 잦으니 선생님이 오는 길에 들려보라 한 것 같다.

친구는 유치원을 같이 가자며 재촉했다. 그런데 동생들은 어쩌고....

유치원에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나는 막내동생을 업고, 둘째 동생과 함께 엄마의 일터로 갔다.

당황한 엄마는 하는 수 없이 일손을 멈추고 막내동생을 데리고 들어갔다. 신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면 이리뛰고 저리뛰며 유치원을 갔다. 그리고 며칠을 결석.

이렇게 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터득한 나는 그 이후로도 몇번을 동생을 데리고 엄마의 일터로 갔다.

일이 될리가 없었던 엄마는 그러지 말라고 당부했다.

소낙비가 세차게 내리던 어느날이었다. 그날도 친구가 찾아왔다.

유치원을 가자고...집 구석구석을 찾아봤지만 우산이 보이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신문을 챙겨들었다. 머리에 쓰고 뛰려고,

순간, 동생들이 떠올랐다. 엄마는 일터로 동생들을 데려오지 말라고 하셨는데......

잠시 잠깐 한시간만 유치원에서 놀다오자는 마음으로 동생을 두고 빗속을 뛰어갔다. 가는 내내 동생이 마음에 걸렸다.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빗물이었는지 눈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속상한 마음이 물같이 흘러내렸다. 눈물이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유치원이 얼마나 가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어른이 된 나는 어린 유진을 생각하면 그 장면부터 떠오른다.

'엄마가 좋아하시니깐, 엄마가 편하게 일하실 수 있으시니깐, 유치원 졸업장따윈 필요없어.'

그렇게 어린 유진은 자신을 다독인 듯하다.



둘째, 민성이는 나를 안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들어 그 아이를 보면 나의 모습이 보인다.

자발적으로 하는 행동인것 같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엄마와 아빠를 의식해서 하는 행동이 아닌가하고 염려된다.  잘했다고 칭찬하다가도 이런 칭찬이 저아이를 그 속에 가두는 건 아닐까 조심하게 된다.

새벽에 혼자 일어나 공부를 하는 아이의 모습에 몇 번 칭찬을 해줬더니 습관이 된 듯 매일아침 책상앞에 앉아 공부를 한다. 좋은 쪽으로 잡힌 습관이라면 다행이지만 혹시나....혹시나...어린 유진의 마음이라면..

한 쪽 가슴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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