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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ul 03. 2023

나도 할 수 있겠다

쓰기 두려움 떨치기위한 읽기

김초엽작가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나도 읽어봐야 하지 않는 생각에 서점에서 그녀의 책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를 했다. 그게 작년부터이다. 

분명 사놓고도 손이 잘 가지 않을 것 같아 몇 번을 미루다가 결국 도서관에서 대여를 했다. 

김초엽작가의 유명 도서인 <지구끝 온실>은 여전히 온라인 서점 도서 장바구니에 얌전히 담겨있다. 

     

도서관 책장 앞을 지나다가 지나가다가 우연히 잡게 된 <책과 우연들> . 시민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도서 목록을 뽑아 복도 잘 보이는 곳에 회전책장으로 마련해 둔 시민 릴레이, 시민 책 돌려 읽기 지정도서에 작가의 책이 있었다. 김초엽작가의 이름을 보고 반갑게 집어 들었다. SF소설이면 얌전히 내려놓아야지 했는데 잠시 서서 읽은 내용은 자전적 에세이였다. 


93년생의 젊은 작가, 그것도 SF소설을 쓰는 작가의 글이 나와의 접점이 될만한 이야기가 있을까 의심을 품고 첫 장을 읽어 내려갔다. 예상이란 것은 원래 보기 좋게 빗나가야 인생이 재밌는 법. 읽고 있는 책장을 펼친 채 그대로 대출을 위해 카운터로 발걸음을 하나씩 옮겼다.      

“반납이신가요?”

아무 말 없이 카운터 앞에 서 있으니깐 사서 선생님이 묻는다. 

“아니요. 대출요.”

이 상황에 왜 은행 대출이란 용어와 오버랩되면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행위를 대출말고 다른 용어를 쓸 수 없을까라는 쓸모없는 생각이 책이 대출되는 동안 떠올렸다.      

그제 주문해 둔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는 책 제목과 상통하는 내용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금 나의 최대 관심은 쓰기 위해 어떻게 책을 잘 읽을 것인가다. 


책읽기와 쓰기를 따로 생각하니 시간도 두 배, 노력도 두 배로 든다. 쓰기 위해 읽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것이 나의 가장 최근 이슈이자 미션이다.      

그녀도 처음이 있었고 처음엔 어려웠고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처음부터 소설가가 되려고 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녀의 글쓰기는 우연이었고(물론 어릴 때부터 관심있는 분야) 소설가의 길은 더욱 우연이었다는 사실.      




읽기와 쓰기의 엉킨 실타래

작업용 책상을 방 한운데 두고, 책장을 벽면 가득 채우고, 

덕분에 읽기와 쓰기는 더 한테 얽혀 분리할 수 없는 과정이 되었다. (본문 P.43中)      




솔직한 성격의 90년대생 

본인을 가감없이 밑천 없는 작가라고 한다. 

그녀의 솔직한 표현에 책을 잠들기 직전까지 손에 들려 있었다. 

더더더 알고 싶어서.      

일단, 이 책을 읽고 가장 큰 성과는 ‘나도 할 수 있겠다.’이다. 

어떤 책이든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잘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도 쓸 수 있겠다. 

작가라는 직업이 생과일을 쥐어짜듯 내 안의 것들을 짜내야 한다면 나는 더 이상 쓸 것이 없다. 40년이 넘게 산 인생이 이토록 재미없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별일이 없다. 

여간한 일은 모두 별 거 아니라고 넘기는 성격탓인지 글의 소재가 될만한 별 것이 없다. 

남들보다 조금 안다는 사실로 많이 아는 듯 거짓 글을 더더욱 쓰기 힘든 성격이라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쓰기보다 읽기를 많이 한다. 

어설픈 이야기를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읽고 조금이나마 철저해지고 싶은 바람이다. 얕은 지식을 과장하는 건 성격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 십 년간은 논픽션 안 써야지. 정말 어려운 일이었던 데다가 아직은 나를 확 잡아당기는 다음 주제를 발견하지 못했으므로 반쯤은 진심이다. 

그렇지만 어찌됐든 첫 논픽션 작업이 나에게 알려준 읽고 쓰는 기쁨은 작가 생활을 하며 만나는 여러 좋은 것 중에서도 몇 안 되는, 빛나는 무언가일 것 같다. 나는 모르는 것을 쓰는 일을 예전보다 덜 두려워하게 되었다. (본문 P.114中)     





김초엽작가는 분명 두렵다는 표현을 썼다.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읽게 되었다. 김원영작가와의 공저 <사이보그가 되다>의 집필 중 1년간 망설이고 자료조사를 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 해낸 그녀가 한 말이다. ‘모르는 것을 쓰는 일을 예전보다 덜 두려워하게 되었다.’

글쓰기는 천부적 소질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글 속에는 재능보다 노력이 여실히 보였다. 

글은 저렇게 쓰는 거구나. 

60프로 이상의 자료조사와 그리고 글. 

모르는 분야도 공부하며 쓸 수 있다는 자신감. 

그거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 

나도 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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