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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ul 06. 2023

40대 감정사전

ep1. 외로움

자발적 고독을 즐기는 편이지만 가끔은 외로움이 사무칠 정도로 올라올 때가 있다.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외로움은 늘 잠재해 있다. 

누구로부터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채워나가야 그나마 덜 탄다.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나면 외로움은 저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다 나를 잊고 지내는 시간에 잠식당하면 어느덧 내가 외로움을 쳐다보고 있다. 

외로움과 처절할 정도로 응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19년 인생을 가족 울타리와 친구들 사이에서 살다 나 홀로 외딴 도시에 떨어졌을 때. 외로움에 못 이겨 환하게 불까지 켜놓고서는 그렇게도 울었다. 

그리고 외로움과 직면한 지 1년 정도가 지난 후 일본으로 떠났다. 그때 두 번째 맞딱뜨린 내 안의 외로움은 의외로 덤덤했다. 1년간 많은 연습이 되었던가 보다.      

내 삶은 고요하지 않다. 그래서 난 늘 외향적 성향이라고 착각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외로움을 마주한 나는 매우 내성적인 성향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알아차림 후에는 의도적 외로움을 선택했다. 

몸서리날 정도로 외롭지만 견딘 이후에 오는 희열같은 것도 경험했다. 

그때의 연습은 결혼 이후에 찾아오는 알 수 없는 외로움도 스스로 잘 견딜 수 있게 해 준다. 

사는 게 힘들고 바빠서 외로움 따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가 외로움을 먼저 보기 전에 외로움이 나를 먼 곳에서 가만히 그 자리서 응시하게 내버려둔다. 언젠가 이 또한 지나갈 것을 알기에.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솔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내 감정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한다. 

40대 감정사전은 40대 때만이 할 수 있는 나답게 사는 여정이 될 것.

50대에 쓰이는 감정사전은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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