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잡스 유진 Jul 07. 2023

40대 감정사전

ep2.슬픔

40대 감정사전

ep2. 슬픔


분명히 슬픈 상황인데 그 슬픔을 전부 드러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다 큰 어른이니깐. 아무 데서나 목놓아 울 수도 없고 너무 쉽게 눈물을 흘리면 나약한 사람으로 보이니 말이다.

특히나 아이들 앞에서의 눈물은 슬픈 영화를 볼 때 나도 모르는 사이 주루룩이 될 때도 얼른 감춘다. 어른이니깐.

아이들 눈에 어른의 눈물은 예삿일이 아닐테니.

40대의 눈물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어지간한 일에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웬만한 일들은 자력으로 견딜 수 있는 경험치가 쌓인 나이니깐. 그럼에도 눈물이 쏟아지는 일들은 스스로의 힘에도 부치는 일일 테다.

나이들어 가면서 줄어드는 건 머리숱뿐만이 아니다. 눈물도.  


느닷없이 치밀어 오는 슬픈 감정을 계속 억누르고 살 수만도 없는 일이다. 그러다가 우울증이 되고 홧병이 될 테니깐.

그래서 나만의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아니 장소를.


운전 중이다. 차 안.

속상한 일이 있거나 옛 기억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슬픈 상황이 되면 운전 중 눈물을 쏟는다. 보는 이도 없고 편안한 공간에서 눈물을 흘려본다.

어른도 이렇게 슬퍼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듯 쉴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못하다가 꺼이꺼이 소리마저 낼 때도 있다. 슬픈 음악까지 곁들여지면 감정의 바다는 한없이 깊어진다.

일터에서 집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충분하진 않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다. 동네 입구가 보이기 시작하면 서서히 감정을 추스린다.


아내는 괜찮다. 엄마는 아무 일도 없었다. 나는 아무 문제없다.


40대의 슬픔은 안으로 삼킨다.

50대의 슬픔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난 어디서 슬퍼하고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40대 감정사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