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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Aug 15. 2023

네이버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알림. 네이버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네이버 클라우디에 저장된 10년 전 오늘의 46장의 사진들이다. 가끔 잊어버릴 만하면 네이버는 추억의 사진을 보내온다. 현실을 잠시 떠나 10년 전 좋은 때를 기억하게 해준다.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하는데, 정말 잊을 만하면 보내온다. 

사진들은 모두 행복한 장면을 담고 있다. 오래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은 순간을 담은 네모난 프레임. 그 속에는 온통 큰딸 민서의 사진이다. 


10년 전 오늘 2013년 8월 8일. 갓 돌을 지난 큰딸과 뱃속에는 둘째가 있다. 지금은 나만큼 커버린 딸아이가 아가 때 모습을 하고 해맑게 웃고 있다. 징그러울 정도로 말을 듣지 않는 5학년 아이가 조그맣고 말간 모습으로 렌즈를 바라본다.      


“아!”

작은 깨달음이 뇌리를 스친다. 

존재자체만으로도 소중했던 시기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할 수 없는 것이 많아도 그저 사랑스러웠던 때다. 태어나 준 것에 감사하고, 내 딸이 되어준 것에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은 그런 행복한 나날이었다. 

눈을 뜨면 “사랑해.”로 시작해서, 자고 있는 아이에게도 사랑한다는 말로 하루를 보낸다. 

지금의 나는.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눈을 뜨면 이불 개라, 책상정리 해라로 하루를 시작하고, 숙제는 다 했니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존재 자체로 소중한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 

사랑한다는 말만 해도 짧은 시간이다. 아이들 독립 전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까지 함께해 온 날보다 적다. 길어도 10년.      

네이버가 보내오는 추억들은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것들을 깨닫게 해준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사랑해.”로 아침인사를 건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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