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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an 17. 2022

당신 안에는 어떤 내면의 소리가 있나요?

  

중학교 때 한자와 도덕 수업에 빠져있었습니다. 남들처럼 국영수에 빠져있는 게 아니라 한자와 도덕이라니 다소 엉뚱하죠. 시조와 옛 선인들의 가르침이 그렇게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일찌감치 철들어버려 또래들보다 약간 성숙한 면이 있어서 더 그랬나 모릅니다. 고전의 울림을 처음 알게 된 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후에 역사학과 동양철학을 전공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도덕시간이었습니다.  ‘신독’(愼獨)이라는 두 글자를 배우게 되었죠. 신독은 『대학』과 『중용』에 실려 있는 말입니다. 의미는 ‘혼자있어도 조심한다’입니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의 인격의 완성을 위해 항상 누군가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조심하며 행동한다가 더 구체적인 의미가 되겠습니다. 몇 번을 되새겼습니다. 의미가 좋더라고요.    




그때부터였습니다. 어떠한 일을 하기 전에는 늘 머릿속에 신독이라는 글자가 떠올랐죠. 이 단어를 알게 된 이후부터 ‘내면의 소리’가 되어버렸습니다. 혼자있을 때도 남이 보나 보지 않으나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내면의 소리가 지금까지 저를 만들어온 것 같습니다.      

새벽 5시, 등교 전 운동을 하러 나가야 하는 시간, 늦잠을 자고 싶어 이불속에서 밍그적 거릴 때에도 어김없이 내면의 소리가 말합니다. 그 힘으로 고등학교 시절 내내 새벽 운동시간을 버텼습니다. 현재까지 새벽기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 준 것도 이 내면의 소리 덕분입니다.      




당신 안에는 어떤 내면의 소리가 있나요? 소크라테스에게는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신의 목소리인 ‘데몬’이 있었다고 합니다. 괴테에게도 데몬과 같은 소리가 있었는데 그가 말하는 데몬은 운명의 길을 걸어가게 이끄는 힘이자 본성이었습니다. 내면의 소리게 귀기울여 자아를 찾은 위대한 역사속 인물은 이 외에도 다수 있습니다.     

 

어릴 때 자주 들리던 이 소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조금씩 희미해졌습니다. 타인들 속에 섞여 그들의 취향에 맞춰가다보니 내안의 진짜 나를 잃어가고 있었는가 봅니다. 이제라도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려 합니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점차 늘리고 있습니다. 요즘들어 어릴 때의 추억을 자주 회상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나의 진짜 모습을 깨닫고 운명의 소리에 귀기울여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려고요. 저에게 주어진 운명이 본래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찾는 이 과정은 지금도 늦지 않았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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