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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an 14. 2022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치우고 생긴 일

 

“얘들아! 제발 더 자라.”

“문제집 안 풀어도 되니깐 더 자고 일어나. 한 시간만 더 자!!”

새벽 6시,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큰아이 6살, 둘째 아이가 5살이 되던 해,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남편이 직접 제작한 책장을 거실에 두었다. 거실을 서재화시키기 위한 꿈을 이루는 순간이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아이들 중고서적을 한가득 사고 빼곡하게 빈틈없이 채워넣었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순간이었다. 책으로 가득채워진 거실에 어울리지 않는 텔레비전은 자연스럽게 안방으로 가게 되었다. 사실 버리고 싶었지만 남편이 혼수로 장만해 온 거라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과 남편은 텔레비전의 유혹에 홀린 듯 안방생활을 시작했다. 6인용 식탁이 2개나 있는 집에서 밥상에 식사를 차려 들고 그 비좁은 안방에서 밥을 먹는 웃질 못할 진풍경이다.      

‘이게 아닌데....’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모습은 거실에 다같이 둘러앉아 책을 보는 광경이었는데....’

그리고, 안방에서의 불편한 동거는 계속되었다. 밥도 먹고 잠도 다 같이 자는 모두 함께 동거동락.

거실 책들은 장식품이 되어갔다. 돈 생각만 아니면 벌써 재활용장으로 갔을 것이다. 

책장 가득 채워넣었던 아이들 책은 조금씩 내책으로 채워져갔다. 남편과 아이들은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엄마는 거실에서 엄마공부를 계속해 나갔다. 너희들이 안하면 나라도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지 뭐~ ! 이런 웃지 못할 농담을 하면서 말이다.     



 

이사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독립적인 공간을 주고 싶어 또한번 이사결심을 하게 된다. 서울과는 조금 더 멀어졌지만 넓은 공간에서 각자 고유 영역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평수였다. 가슴이 뻥 뚫릴 정도의 커다란 거실은 다시금 나에게 서재화를 꿈꾸게 했다. 아니 이번엔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책상과 의자에 유독 욕심이 많은 나는 집계약과 동시에 스타벅스에서 본 우드슬랩테이블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우드슬랩에 대한 정보도 없이 나무의 종류와 장단점은 알아보지도 않고 대뜸 “스타벅스테이블처럼 만들어주세요.”로 주문을 마쳤다. 문제는 테이블의 길이였다. 처음 주문을 2미터 400센티미터로 했는데 경기도 화성의 어느 유명 베이커리카페에서 4미터 테이블을 보고선 눈에 아른거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웅장하다. 이상적인 길이다. 온 식구가 거리두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이다. 단점은 생각지 않기로 했다. 밤새 고민하다 공장에 전화를 걸어 타협을 본 길이가 3미터다. 3미터 테이블도 짧지 않은 길이다보니 거실로 들여오는 과정에서도 공장 사장님이 꽤나 고생하셨다. 

골치덩이 텔레비전은 집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방으로 데려다 놓았다. 온가족이 다같이 앉을 수 있는 길이인데다 우드가 주는 안정감이 아이들과 남편을 테이블로 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작된 미라클모닝!!

새벽기상은 고등학교 때 체대 진학을 하기 위해 이른 아침 운동하던 습관으로 몸에 배어 있던 일상이었다. 남편도 새벽기상이 낯설지는 않은 사람이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새벽에 일어나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고 책과 신문을 읽고, 경제유튜브를 보고.

작년에는 부부가 새벽 3시에 기상해서 하루를 시작하기도 했다. 우드슬랩은 자꾸 무언가를 하고 싶게 만드는 공간이 되었다. 어느덧 보니 아이들도 함께 앉아있다. 늦어도 10시에는 잠들게 해서인지 이른 기상을 한다. 책밖에 없는 거실에서 아이들은 딱히 놀거리가 없다. 그것도 새벽시간에는. 자연스레 문제집풀이나 책을 읽기 시작했다. 1년 넘게 지속된 이 풍경은 이제는 감히 습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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